광장은 그 도시나 한 나라의 상징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프랑스 파리의 그랑닥스(Grand Axis), 영국 런던의 더몰(The Mall), 미국 워싱턴의 더내셔널몰(The National Mall), 서울은 광화문 광장, 광주는 518 광장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그랑닥스는 루브르궁에서 개선문을 거쳐 라데팡스까지 이어지는 8㎞ 구간의 직선대로를 말한다. 군주국가의 상징인 루브르궁부터 프랑스대혁명의 상징인 콩코르드광장, 부르조아 계급의 성장의 대표인 상젤리제 거리와 세계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현대 도시의 대표인 라데팡스까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계획인 ‘파리의 획’(Axe historique Parisien)이 파리 외곽인 라데팡스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렇듯 프랑스 파리라고 하면 광장 중심을 생각하고 영국, 독일 등 유럽의 다른 도시들도 광장이 발달해 있다. 일본이나 중국, 베트남 전세계 어디를 가든 기차역 앞은 넓은 광장이 자리를 잡고 그 나라 그 도시의 수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경주역 광장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외부인은 경주를 처음 마주하는 공간이다. 쇳가루 날리는 철길과 가락국수 냄새, 홍익회 매점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바삐 다니는 공간이기도 하다. 10대 때 수학여행으로 와본 천년고도 경주의 관문으로 경주역을 기억하기도 한다. 경주시민들에게는 성동시장의 무질서함도 존재하고 낯선 공간으로 가야 하는 해병 신병이 기차를 타고 떠나는 곳이기도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화이바를 쓰고 멋지지만 뭔가 위압적인 해병헌병이 있던 약간은 무서움을 던져주던 광장이기도 하다. 신라문화제의 추억이 서려 있고, 민주화 이후 수많은 집회가 열리고 각종 선거에서는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이 다녀간 자리기도 하다. 경주시나 국토교통부에서 활용 계획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겠지만 필자는 경주역사와 광장을 보존하자고 강력히 주장하고 싶다. 근현대를 살아온 경주시민과 경주역을 거쳐 수학여행을 오거나 신혼여행을 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서린 경주역이 사라지면 경주는 기존의 신라시대 유적지와 최근에 개발한 경주읍성의 유적지와 함께 근현대 역사적 관광지가 될 수 있는 좋은 소재지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건물은 헐고 나면 그뿐이지만 없어진 역사와 추억은 되살리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보 1호인 남대문이 방화로 인해 소실되고 난 후 새롭게 복원했지만 원래의 남대문을 기억하는 서울시민이나 국민들은 국보 1호가 있던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섰다고 생각하지 오래전 다소 낡게 보이던 그 남대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정교하게 복원하고 깨끗해지고 조명으로 예쁘게 비춰도 냥 원래의 남대문에 비해서는 반감될 수밖에 없는 말 그대로 복원일 뿐이다. 경주역의 관광지로서의 가치는 얼마나 있을까? 경주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평생 한번 이상은 다녀간 추억의 장소이다. 경주역에 대한 추억은 경주가 가진 또 다른 어마어마한 관광 자원이다. 전국민이 가진 추억의 공간이자 역사적 공간이 경주역이다. 이 가치를 깨닫고 보존하고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켜야 경주 전역이 관광지가 될 수 있다. 혹여라도 지금의 경주역을 허물고 나중에 근현대 관광지로 새로 만들게 된다면 엄연히 존재했던 경주역에 비해서는 짝퉁이 될 수밖에 없다. 군산이 일본 적산가옥을 관광 자원으로 삼아 최고의 관광지로 자리를 잡았다. 경주역도 이제 동해남부선이 폐선이 되고 난 다음 관광 자원으로 가꾸면 시내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이다. 폐선 부지의 공원화 활용과 황리단길, 경주 읍성을 걸어 다니고 주변에서 쇼핑하고 쉬며, 밥을 먹는다면 경주역의 활용 가치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경주역은 보존해야 마땅하고 광장 역시 성숙한 시민들의 광장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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