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량역을 아시나요건천읍 모량리에 있는모량역을 아시나요.그 옛날 등불 든 늙은 역부가손 흔들어 기차를 보내고,대구행 이백리길 간이역이지금은 텅텅 비어 지키는 사람 하나 없다.여기는 목월의 고향 역,지훈도 가고 목월도 가고지금은 쓸쓸히 남아있는 역사驛舍텅 텅 빈 간이역 하나. 시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의 마음은 나이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경주에서 생의 줄기를 키우고 살아온 정민호 시인의 19번째 시집 ‘모량역을 아시나요’가 지난달 도서출판 뿌리에서 발간했다. 시집 ‘모량역을 아시나요’에서 정민호 시인은 ‘팔우정 노터리’ ‘쪽샘 향화정’ ‘반월성, 그 겨울 찻집’ ‘산수유에게’ 등 향수를 자극하는 경주의 풍광을 비롯해 지난 세월을 반추하는 시 70편을 선보였다. 지나면 모두 아름답다. 이 간단한 명제 속에는 정민호 시인이 살아온 삶의 길이 전부 채색으로 표정을 관리하고 친해지려는 손짓이 애달픔으로 장식되면서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더욱더 깊어지는 추억과의 조우가 된다. 정민호 시인은 “정직하게 시를 쓰고 싶었다. 내가 보는 눈, 내가 느끼는 심성, 내가 시를 쓰는 태도, 이것을 지키며 시를 써나갔다. 일찍이 목월 선생이 ‘많은 시간이 주어지고 부지런하게만 쓴다면 꼭 좋은 작품을 쓸 것’이라고 당부했고, 내가 이렇게 무모하게 시를 쓰는 것은 바로 은사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화가는 선과 색채로 보이는 시각적인 예술이고, 음악은 리듬으로 귀를 자극하는 방법이라면 시는 마음의 풍경화를 문자로 그린 그림이라고 말한다. 채수영 문학비평가는 “한 시인을 만나는 것은 한 세계를 방문하는 일이고 그 세계의 특징과 만날 때, 지혜의 변경은 넓어진다”면서 “추억을 찾아가거나 소환하는 정민호 시인의 정서는 황혼의 길을 알아차린 시의 임무가 화려하다. 특히 서정시의 높이를 끌어 올린 풍경의 제시는 한국시의 튼튼한 기둥을 세우는 임무가 빛을 발한다”고 평했다. 정민호 시인은 1939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1966년 박목월과 조지훈, 송 욱 시인의 추천을 받고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이 푸른 강변의 연가’ 외 3편이 당선돼 문단에 정식 등단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꿈의 경작’ 외 18권, 시선집 2권, 산문집, 수필집, 시조시집 2권 등이 있으며, 경주시문화상, 경북문화상, 한국문학상, 한국pen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경주문인협회장, 경주예총지부장, 경북문인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및 국제팬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동리목월문학관 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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