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건강해지는 것은 숲 속의 야생이 얼마나 왕성하게 살아 숨 쉬느냐에 달렸다. 숲의 황폐에는 많은 이유들이 동반된다. 물이 마르거나 농약이 많이 뿌려졌거나 야생동물이 살아 가기 힘들 만큼 소음이 많거나 매연이나 분진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다. 야생동물이 편히 살지 못하는 환경은 자연 사람에게도 반드시 해악이 있게 마련이어서 황폐한 숲 주변에 사는 사람은 반드시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강한 숲은 야생동물이 넘쳐나는 곳이고 야생동물이 수시로 목격되는 숲은 사람에게도 건강을 선물한다. 권원수씨가 거니는 황성공원은 권원수씨의 표현대로 참 푸르러서 소소한 행복을 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지난 4월 26일 권원수씨가 올린 페이스북에는 황성공원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다람쥐와 청설모, 후투티 등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함께 소개되어 황성공원의 건강함을 제대로 전해 주었고 이를 본 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신록으로 우거진 황성공원이었고 이어 빈 소나무 깍정이 속에서 포착된 다람쥐다. 날렵해 보이는 다람쥐가 금방이라도 소나무를 타고 뛰어내릴 듯 보인다. 황성공원 산책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우거진 나무들은 신록을 넘어 녹음으로 치닫는다. 벤치에 앉아 숲을 감상하면 힐링이 되고도 남겠다.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이 한창 기운을 뿜어내고 있고 민들레꽃도 제 모습을 유감없이 자랑하고 있다. 숲의 안락의자에 누워 잠시 휴식하고 다시 걷기 시작하면 아직은 잎사귀만 무성한 맥문동과 무성한 숲 사이로 나무로 만들어 건 새 둥지가 보이고 어느 샌가 청설모 한 마리가 권원수씨의 시선을 붙잡는다. 풀밭에 내려온 청설모는 저를 촬영하고 있는 권원수씨를 힐끗 한 번 볼 뿐 제 일에 바쁘다. 야생동물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해치는 동물을 알아보는데 청설모가 긴장하거나 달아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에게 익숙한 증거일 것이다. 이어 꿀밤 나무 이파리가 보이고 또 다른 공간에서 후투티가 날아오른다. 후투티는 딱따구리과 조류로 아주 오래전 유명했던 애니메이션 딱따구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꽃과 다람쥐, 나무와 청설모, 녹음과 어울린 야생동물들을 만나며 산책하는 권씨 걸음이 문득 1만2,349보나 되는 것도 놀랍다. 11.45km를 걸었는 데도 권씨의 산책길은 지루함이라고는 없다. 황성공원이 주는 특별한 혜택임에 틀림없다. 황성공원에 온갖 스포츠 시설이 생기고 이곳저곳에 길과 건물이 들어서면서 황성공원이 자칫 이름뿐인 숲으로 남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평가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바야흐로 야생동물들이 건강하게 쫓아다니는 황성공원으로 거듭난 모습은 반갑기 이를 데 없다. 야생동물에게 천국이면 사람에게는 당연히 더 천국이다. 황성동 일원에 경주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지켜줄 황성공원이 있다는 것은 다행 중의 다행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