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거세의 왕비 알영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하천인 ‘발천(撥川)’의 새로운 수로가 확인됐다. 발천은 동궁과월지에서 월성 북쪽과 계림을 지나 남천에 흐른 하천을 가리킨다. 이 하천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 왕의 왕비 알영과 관련된 ‘삼국유사’ 기록에서 유래됐다.
삼국유사 권1 기이 1편에는 ‘사량리 알영정에 계룡이 나타나 왼쪽 옆구리로 여자아이를 낳았는데 입술이 닭의 부리 같아 목욕을 시켰더니 그 부리가 퉁겨져 떨어졌으므로 그 천의 이름을 발천이라 하였다’고 기록돼 있다.
문화재청은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동부사적지대(발천) 수로 복원 정비를 위한 발굴조사를 지난 2019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진행해왔다.
조사 결과 679년(문무왕 19년)에 만들어진 동궁과 월지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고대 발천 수로가 확인됐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새로 확인된 수로는 오랫동안 알려져 왔던 수로와는 다른 것으로, 이번 발굴을 통해 삼국시대 넓었던 하천 폭을 통일신라에 들어서면서 좁혀 사용했고, 고려 전기까지 사용하다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760년(경덕왕 19) 축조된 춘양교지와 월정교지보다 제작시기가 훨씬 앞서는 것으로 추정되는 7세기 후반 석교 터도 발견됐다. 석교 터는 하천 너비 5.2m에 비해 다리 너비는 교각을 기준으로 11m가 넘는다. 잘 다듬어진 장대석을 이용해 양쪽 교대를 만들고 하부에는 교각과 교각받침석 7개가 거의 같은 간격으로 배치됐다. 이외에도 난간석, 팔각기둥, 사각기둥과 청판석 등의 석재가 상부에서 흩어진 채로 확인됐다.
석교 터 북쪽의 도로에는 초석과 적심석이 확인돼 기와집의 문지(門址, 문이 있던 자리)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문왕 3년(683) 왕궁의 북문에서 일길찬 김흠운(金欽運)의 어린 딸을 왕비로 정하고 성대하게 맞이하였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어 이번 도로유구 발굴은 신라왕궁 북문의 위치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또 도로 서쪽 경계부는 잘 다듬어진 화강암으로 암거식 배수로를 설치했으며, 통일신라 석교지와 연결되는 도로는 너비 20m 정도로 잔자갈이 깔린 도로면 위에서는 수레바퀴 흔적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경북도, 경주시와 함께 이번 발굴조사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지난 29일 발천 유적에 대한 조사 현장을 공개했다. 또 경북문화재단 문화재연구원은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 동안 라한셀렉트 경주에서 발천 복원정비 방안을 논의하는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발천, 신라왕경의 옛물길’이라는 주제로 발천 발굴조사 현황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의 복원정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첫날인 29일 신라 왕경과 왕궁, 발천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발천 발굴조사 성과, 신라왕경의 홍수와 치수 등 4건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어 30일에는 신라왕경의 배수체계를 통해 본 발천의 의의, 중국 수당(隨唐) 시기 장안성의 수리시스템 연구 개술 등 6건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