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1789년)이후 음악은 고전주의에서 점점 낭만주의로 이행되어 가는데, 여기서 낭만(浪漫)은 어떤 뜻일까? 사전을 찾아봤다.1.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2.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 사전은 1과 2를 달리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은 같은 말이다. 1에서 ‘현실’은 (고전주의의) 형식이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는 감정이다. 한마디로 정한 대로가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다. 한편, 어여쁜 여인이 “오빤 낭만적이야!”라고 할 때 ‘낭만’은 2의 달달한 분위기임을 우린 잘 안다. 현실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감미로운 것이다. 그래서 1과 2의 정의는 일맥상통한다. 여러분은 한번이라도 낭만적인 적이 있었나? 애인의 뜬금없이 보고 싶다는 말에 만사 제치고 달려간 적이 있었나?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도, 혹은 학교에서 기말고사장에 들어가야 하는데도 무작정 달려가 곤혹을 치른 적이 있나? 만약 그랬다면, 여러분은 낭만적인 사람이다. 이성보단 감정에 충실했으니까.
수천 년을 이어온 신분질서가 프랑스혁명으로 무너져버리자 사람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이어지는 광기의 시대! 낭만주의는 이 속에서 태어났다. 역사상 전례 없이 인간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대체로 이성과 합리가 지배했었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를 거친 후 약간 삐딱한,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을 가진 바로크시대가 있었지만, 이내 형식주의자 고전파에게 자리에 내주고 만다. 하지만 고전파 이후 낭만파는 꽤 오랜 시간을 구가했다. 거의 100년을 감정이 이성을 누르고 있었으니 예술분야에서 음악과 미술을 가리지 않고 걸작과 묘작이 탄생한 토양이 됐다. 필자는 감정에 충실했던 낭만주의를 사랑한다. 그래서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이름을 ‘로만티시(romantisch)’라고 지었다. 브루크너의 4번 교향곡을 좋아한다. 부제가 ‘로맨틱’이기 때문이다. 한석규 주연의 ‘낭만닥터’도 본방을 정주행했다. 오지랖 넓고 인간미 넘치는 김사부 캐릭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즘 낭만이 그립다. 가수 최백호도 낭만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로 토로했었다. 공감한다.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