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촉촉한 한나절 만물이 생동하는 기운을 타고 천지가 벅차다. 가로수 즐비하게 팝콘처럼 터져대며 달빛에 환상적이던 벚꽃나무 지고 있다. 봄바람에 하르르 날리는 꽃잎 하도 고와서 서러운 눈물꽃 하염없이 피웠다. 겨울혹한에 꽁꽁 얼었던 마음둘레를 봄의 기운들이 사심 없이 녹여놓는다. 강추위에 한 방울의 눈물도 짜내지 못하던 서정의 여유를 봄의 꽃들이 술술 풀어먹인다. 배즙처럼 쏟아지는 달큼한 햇살에 꽂혀, 가슴께 차오른 봄바람에 물려, 벌 나비 황홀한 꽃향기에 적셔져, 물오른 나뭇잎사귀 연둣빛 정취에 홀려, 흘러든 심신이 자연의 섭리에 위로를 받아 힐링의 눈물 고요하고 차분타. 봄비에 낙화한 연분홍꽃잎들 함초롬히 꽃방석을 깔아놓았다. 새소리 물소리 칭칭 감기는 보문호숫가 동리⦁목월 시비(詩碑)를 지나 벚꽃 진 길 다다르면 반기는 동리·목월문학관, 젖은 봄비에 풍기는 운치가 초록 색감이다. 두 분 선생의 서재를 채웠던 귀중한 서적들⦁습작노트⦁육필원고⦁만년필⦁낙관⦁손목시계⦁장갑 등 살아생전 곁에 했던 소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동리⦁목월 문학관 시설 현황과 규모를 보면, 대지: 8303㎡(2429평) 연면적:1386㎡(420평), 지하 1층 영상실, 수장고 등, 지상1층: 전시실 459㎡, 세미나실 148㎡ 강의실 45㎡ 등이다. 좌우 마주보고 있는 동리관⦁목월관 고풍스런 한옥기와지붕이다. 시민을 대상으로 심포지엄, 음악회, 백일장, 동요경연대회, 시낭송의 밤, 등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매주 토요일 수강생을 대상으로 문예창작대학을 운영한다, 문학기행, 문학캠프, 음악, 미술, 시낭송 등 다양성 갖춘 예술장르로 심도 있게 운영된다. 매년 연말에 시행하는 동리⦁목월 시상은 대한민국 문학의 최고봉을 쥐고 간다. 작품에 전 생애를 걸고 바친 작가들의 심중을 헤아리는 큰상이다.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의 갈채를 퍼붓는 내심엔 동리⦁목월 고향사람으로 긍지와 기쁨을 느낀다. 동리목월문학관의 정체성이 피어오르기까지 초대 관장을 역임한 장윤익선생(전, 경주대총장)의 공이 크다. 패기에 충만한 진취적인 열정과 능력이 동리⦁목월 문학세계를 구축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함산자락 아담하면서도 훌륭한 면모를 지니고 가는 동리⦁목월문학관, 두 분 선생과 함께 영혼이 쉬어가는 집이다. 소설가 김봉환 발행인 2019년 가을 창간된 『동리목월문화예술신문』에 연재중인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초대회장 문학평론가 장윤익⌜동리목월문학관 건립과정의 이야기⌟를 읽으면 장윤익 선생의 동리목월문학관 건립을 위해 고전 분투한 노력과 열의가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 동리목월 기념사업회 추진 당시 부탁하러간 경주교촌 최부자댁 후손인 최인환(崔寅煥) 선배는 “장총장이 자기희생을 하면서 경주의 발전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데 내가 어찌 가만히 보고만 있겠어요”하며 적극적으로 후원에 동참했다는 일화다. 다 방면 높고 넓은 인맥을 두루 갖춘 장윤익 초대관장님의 발로 뛰는 활력이 진면목을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1995년 구,국립경주박물관 뒷마당 은행나무 아래서 경주문예대학 2기 문학수업을 했다. 여름방학 특강 형식이었다. 연사로 경주대학 총장으로 부임해온 장윤익선생의 강의였다. 그 당시 교수진들은 현직 고등학교국어교사출신 시인선생님들이였다. 처음으로 대학교총장이 박목월 시詩 특강을 했기에 늦깎이 문학도들은 상기된 표정들이였다. 목월 시 ‘만술 아비의 축문’ 수업을 하면서 낭독을 필자에게 시켰다. 그 여름날 아름드리 은행나무 그늘아래 스치는 기억, 생의 아름다운 한 때였으리.아베요 아베요내 눈이 티눈인걸아베도 알지러요.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축문이 당한기요눌러눌러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윤사월 보릿고개아베도 알지러요간고등어 한손이믄아베 소원 풀어드리련만저승길 배고플라요.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여보게 만술 아비니 정성이 업첩다.이승 저승 다 다녀도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망령도 감응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시인 손진은 교수는 김동리 시론, “시는 영혼을 노래해야 한다. 사람의 혼魂을, 산천山川의 혼魂,을, 우주宇宙의 혼魂을” 가장 부합한 시가 바로 박목월의 ‘만술 아비의 축문’이라 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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