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음을 반성한다. 두어 주 전 서울 사는 어느 친구가 페이스북에 올린 남산 관련 글을 읽고 느낀 바가 컸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 온 친구가 남산 사진만 코스별로 60여 종이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산만 가지고도 그만큼의 자료를 가지고 있는데 경주를 다 모으면 얼마나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을까? 가늠해 보니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 친구를 보며 나는 경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은 내가 경주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고 심지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음을 겸허히 고백한다.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는 그것까지도 따지고 보면 고등학교 학창시절까지 듣고 배운 것에서 머물러 있었지만 중력보다 강한 망각의 힘에 의해 상당부분 잊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태에서 두 달에 한 번 꼴로 경주신문에 ‘첨성대’ 칼럼을 쓰다 보니 더더욱 반성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무지한 상태에서 경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질문에 답해온 것을 되돌려보니 두려움이 몰려온다. 애써 변명하자면 그나마 내 전공분야의 이야기를 경주에 대입했다는 안도감이 부끄러움을 약화시켜주는 핑계일 뿐, 마음 전면에 흐르는 무지함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가슴을 짓눌렀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경주를 떠난 지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서울사람이 다 되어버렸다. 떠나온 경주는 잊어도 불편하지 않았지만 생활저변이 된 서울에 대해서는 알아야 살 수 있었기에 한쪽 공부만 할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경주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다면 적어도 부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 곳곳을 찾아가며 하나라도 더 알고자 한 노력에 것에 비해 그렇게 자랑하고 자부하고 온갖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마지 않았던 경주에 대해서는 얼마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알고자 노력하는 정성이 있었던가? 솔직히 털어놓자면 일 년에 3~4회 경주를 찾고 서울 동기회에 몇 번 참석하는 것이 경주에 관련된 내 애정표현의 전부였다.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정작 내 마음의 고향인 경주의 비전과 가치, 동정(動靜) 등에 대한 관심에는 너무나도 부족했음을 자인한다. 고향이 경주랍시고 서울에서 사귄 지인들이 경주에 대해 묻거나 방문할 만한 특별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할 때 인터넷에 나오는 이상으로 대답해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 잠시 당황하며 ‘공부 좀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가졌지만 돌아서면 경주에 대한 공부는 금방 잊어버린다. 수시로 반복되는 나의 모습이었다. 큰 그림(Big picture)과 디테일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야 자신감과 애정이 더 강해지는 법이다. 내가 경주에 무지했었던 것은 내 마음에 경주를 위한 큰 그림이 없었기 때문이고 말로만 경주를 사랑하노라 외쳤던 것은 경주의 디테일함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쯤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 한 구절과 가끔씩 암송하는 면장(免牆)의 교훈이 가슴에 사무친다.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고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명구는 고향 경주에도 똑 같이 적용할 만한 멋진 구절이다. 자세히 보아야 경주가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 수 있고 오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현안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 흔히 속담으로 말하는 ‘알아야 면장을 하지’ 할 때의 면장(免牆)은 익히 알다시피 면사무소 책임자인 면장(面長)이 아니다. 공자가 아들 백어에게 당시 수신과 제가의 생활지침서라 할 수 있는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배웠냐 묻고는 ‘사람이 되어서 주남과 소남을 배우지 않으면 바로 담장(牆)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 눈앞에 담장이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보이면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다시 말해 담장과 마주함을 면하려면 어떤 일이든 그것에 관련된 학식이나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시와 글이 경주에 대한 나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글이 되어준다. 경주신문 칼럼 요청을 받았을 때 큰 부담과 막막함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몇 차례 기고하면서 내가 경주에 대해 가진 관심과 아는 것이 너무나 부족하며, 칼럼을 쓰라고 한 것이 이를 깨닫고 경주를 자세히 보고 경주에 대해 알려고 노력하라는 것이었음을 거꾸로 깨닫는다. 이런 기회를 준 경주신문에 감사하며 이 글 읽는 분들과 함께 경주에 대해 면장(免牆)하기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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