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어린 청년 작가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소중한 보물이 경주에 쏟아진다. 16명의 신진 작가들의 ‘보물지도’전이 황리단길 소재 갤러리 란에서 펼쳐지는 것.이번 전시는 단국대 조소과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자체 기획한 전시로 복합적 감성을 담은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들로 전시장이 꾸며졌다.
전시장 입구, 오래된 화구박스와 캔버스를 장식하는 몽돌이 눈에 띈다. 지난해 경주작가릴레이전에 참여했던 이신희 작가의 작품이다.
과거에 대한 동경, 회고의 정을 창작의 동기로 삼는 이신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어머니가 생전에 쓰셨던 화구상자가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화구 상자의 작은 홀 사이로 옛 시절 추억 속 어머니가 웃음 짓는다. 동양화를 전공했던 어머니의 화구상자를 ‘추억상자’라는 작품에 담은 이신희 작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채워 넣고 싶었어요. 달걀 속 병아리가 나오기 위해 껍질 안에서 쪼고, 그 소리를 들은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줄탁동시’라고 하는데 서로 합해서 큰 에너지나 효과를 얻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미술을 시작한 것이 바로 어머니의 영향이라는 작가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고마움을 ‘줄탁동시’ 시리즈 작품으로도 표현하고 있다.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기, 가족과 친구들의 따뜻한 말들로 위안을 삼는 곽여름 작가는 집의 형상에 자신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새긴 ‘my home’ 작품으로 마음을 전한다. 몇 해 전 교통사고로 키우던 고양이를 잃은 김완 작가는 철을 녹이고 이어 붙여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하는 넝쿨로 죽은 고양이 ‘HERO’를 형상화했다.
요가 매트를 오브제로 시각적인 일관성을 고집하는 김재규 작가는 ‘Zapping Generation(mirroring)’을 통해 자신이 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키네틱 아트를 선보이는 이재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평면작업 ‘Camouflage’를 선보였으며, 이 밖에 김가람, 맹국호, 박재윤, 서영완, 오수정, 우동산, 윤선효, 전영재, 주태민, 최은정, XAVI 작가도 이번 전시에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타지역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을 대신해 전시장 지킴이를 자처한 경주 출신 이신희 작가는 주택을 리노베이션해 정겨운 자연을 마주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 공간인 갤러리 란에서 동문과 전시를 하게 되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타지역 관광객들과 지역민 등 많은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작가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취향과 보는 시각이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며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전시를 위해 모인 16명의 작가가 아직은 대단하고 유명한 작가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의미가 남다르죠.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16명의 작가가 되겠습니다”
경주에 젊은 작가들이 있지만, 진학과 취업을 위해 경주를 떠나는 작가들이 많아 아쉽다는 이신희 작가. 경주라는 좋은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에 대해 저는 축복이라 생각한다는 그는 경주를 사랑하는 젊은 작가들이 더 많이 모였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전시는 30일까지며, 방역 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운영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 문의 070-7360-37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