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4월 4일이 청명이고 4월 5일이 한식이다. 예년 같으면 청명날이 식목일인데, 2021년 올 해는 이 청명과 한식이 각각 하루씩 앞당겨져 지나고 있다. 농사일은 예부터 청명절부터 바빠진다고 하였다.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라 겨우내 묵혀두었던 땅을 일구고 씨앗을 심고 새 생명을 키워내는 일을 서둘러야 했던 것 같다.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돋아난다는 식목일도 그래서 이 청명날로 정했다고 한다. 이 시기엔 땅은 여전히 식어 있지만 태양의 열기가 높아지니, 기온 차로 인해 밤낮 많은 바람이 분다. 대신에 흐린 겨울 날씨는 점차 맑아지니 청명해지지만 센 바람이 불어 건조한 날씨와 더불어 옛날에도 큰 산불이 자주 일어났다. 화재 예방의 의미도 있고 하여 묵은 불을 전부 끄고 조정에서 새 불씨를 내렸다는데 그 새 불이 오기 전까지 하루 동안 찬밥을 먹은 데서 한식절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통상 5일이 청명이고 6일이 한식인데 하루 상간이다. 여기에서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라는 말도 유래되었다. 오십보백보라는 뜻이다. 태양계의 생물인 인간은 태양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다. 태양은 이름그대로 양이다. 그러나 인간은 지구를 밟고 살아가니(현재의 지식체계로 알기에는 이 태양계 안엔 지구에만 생명이 있다) 해서, 인간은 태양에너지로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태양에너지를 받고 태양계의 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지구의 이 땅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것을 일컬어 음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 인간의 삶은 이 양과 음의 조화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과학이 발달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전부 태양을 바탕으로 하는 양력을 사용하지만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은 지구를 주관으로 하는 달을 기준으로 계절을 계측해 왔었다. 음력을 사용한 것이다. 달은 지구에 가려져서 우리 눈에 보이기를 차고 기울고 직관적으로 인식 되어 알기 쉽게 생활의 리듬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달의 주기는 한 달이 평균 29.5일이라 실제 계절을 주관하고 있는 태양의 에너지 즉, 양력의 리듬하고는 맞지가 않다. 결국은 태양의 일 년 공전주기를 24등분해서, 절기로 계절을 맞추고 음력을 보완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태양에너지로 살아가는 우리 인간생활(문화)과 식물의 리듬(농사)은 전부 이 절기와 관련된 것이다. 농사가 주된 업이었고 24절기가 관장했던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려면 당연히 이 절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24절기 하면, 전통문화이고 우리 조상의 실제 삶을 지칭한다고 하겠다. 의당 인간생활에 음과 음력이 못지않게 중요하며 특히 지구와 달의 인력이 주관하는 바닷가나 바다농사 짓는 사람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가끔 외지인에게 경주에 대해 물어보면 바다를 인식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경주시는 들과 산과 강과 바다가 다양하고도 조화롭게 펼쳐진 기름진 땅이다. 실제 경주에는 관광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비중도 크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기도 한다. 그런 만큼 경주는 그 어느 지역보다 음과 양, 도시와 농촌(어촌),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조화롭고 다양성이 넘치는 곳이었다. 대한민국이 근대화되고 급속한 산업화로 백방으로 비대해져서 어느덧 경주는 국토의 변방이 되었고 수도권의 위세에 눌려 지낸지 반백년이 넘었다. 언제나 급속한 변화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듯 그 동안 경주는 혹여 문화의 다양성과 조화가 무너지지나 않았을까 염려스럽다. 살림살이가 편협해지면 그 속에 사는 사람의 문화도 심리도 좁아지기 마련이라, 만에 하나 경주가 편견과 편협의 고장이 되지 않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산불 걱정하며 한식날 보내듯 다소 긴 사족을 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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