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감포읍에 오는 7월에 착공할 예정인 ‘혁신 원자력 연구단지 조성사업’이 지난 3월 9일 감포읍 주민들의 물리적 반대로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산업단지계획(안)에 관한 주민 동의 의견청취 및 합동토론회’개최가 무산되었다. 법적인 공청회인 만큼 향후 지역 주민들이 어떤 대응을 할지 궁금해진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가 들어서는 감포읍 나정리, 대본리 일원은 원래 경주 감포 해양관광단지 부지였다. 이 자리를 핵관련 시설인 혁신원자력연구 산업단지로 용도 변경하는 것이다. 지난 2월 19일 경상북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변경 승인을 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관하는 혁신원자력연구단지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많은 경주시민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특히 작년에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정책 재검토 위원회의 경주지역 임시저장 시설인 맥스터 문제로 지역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에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이슈가 빼앗겼고, 작년부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창궐로 모든 활동이 제약을 받는 관계로 경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의견 청취과정도 없었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 조성사업’의 개요는 대략 이렇다. 2019년 7월 16일 혁신원자력 연구개발 추진을 위한 경상북도, 경주시, 원자력연구원이 업무협약을 맺고, 2019년 11월 18일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국책사업으로 확정되었고, 2020년 4월 방폐장유치지역지원사업 변경승인(양북에 건설할 예정이었던 에너지박물관 건립사업을 변경함), 2021년 7월에 공사를 착공하여 2025년에 완공을 할 예정이다. 사업규모는 약 222만제곱미터(67만평)부지에, 총 사업비는 7064억원(국비 3224, 도비 410, 시비 110, 시 부담분 900, 민간 2420)으로 이 중에 시 부담분 900억원은 방폐장을 유치할 때 받은 에너지박물관 건립사업비 2000억원(양북에 건설할 계획이었다)에서 일부를 부지 매입비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무대왕(양북)면에 600억원, 경주시가 500억원을 가져간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가 들어서는 감포관광단지는 경상북도 소유이니 경북도는 땅 부지를 통해서 생색을 내고, 방폐장 유치로 받은 피 같은 돈 2000억원은 시장과 시의원, 양북면 일부 지도자들의 결정으로 핵관련 종사자들만 좋아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정작 혁신원자력연구단지가 들어오는 감포읍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한 귀결이다.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이득도 없는 시설이 감포에 들어오는데 그것도 위험한 핵과 관련된 실증연구시설이 들어오는데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맞다. 경주에 들어설 ‘혁신원자력연구단지’의 핵심 시설은 SMR(소형모듈원자로)시설이다. 소형모듈원전은 미래형 원전, 차세대(제4세대) 원전으로 불리고 있으며, 대형 원전의 150분의 1크기의 소형 원전으로 일반적으로는 300메가와트(MW)이하 용량을 말한다. 하나의 압력용기에 원전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원자로 등 전체설비를 모두 담은 일체형 원전을 말한다.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설치가 가능한데 특히 우주, 해양, 극지, 핵잠수함, 핵항공모함 등에 쓰인다. 원전업계에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자연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보완하는 전력 공급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다. 발전용량, 건설비용, 핵연료 교체주기, 냉각방식, 이동(배나 큰 트럭), 설치 등에 아주 많은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수소생산, 새로운 항공기용 합성 연료, 해수담수화, 우주 탐사에 널리 사용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다. 미래형 원전 분야의 기술개발이 많이 이루어졌다 해도 경주에 실증시설이 들어오는 만큼 실증로의 인허가 절차, 위험도 및 안전도 등에 대한 법규의 제·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혁신원자력연구단지’라는 명목으로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독성과 부피를 줄이기 위한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활용) 연구시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주 감포에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경주시는 말하는데 경주행정구역의 청정 동해안 바다(연동~지경까지 약 25km)가 양남은 월성원전으로, 문무대왕(양북)면은 방폐장으로, 감포는 혁신원자력연구단지라는 미명으로 또 하나의 핵시설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어떤 분이 말했다. “바다를 잊은 경주, 미래가 없다” 그나마 남은 감포앞 바다까지 빼앗기게 생겼다. 2005년도에 경주시민 10명 중 9명이 찬성해서 가져온 핵폐기물 시설인 방폐장이 들어오고 한수원 본사가 들어왔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경주경제와 일자리 창출과 경주시민의 삶의 질이 나아진 것이 있는가? 최근 통계를 보면 젊은 세대들이 경주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가 ‘직업’상의 이유다, 행정이 주도하지 않고 민간인들이 스스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새로운 경주관광 명소로 부상한 ‘황리단길’ 보다 못한 ‘혁신원자력연구단지’가 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경주시민의 총의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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