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목포해양대학교 다니는 아들 김규연 군이 부산북항, 일명 허치슨 항에서 승선실습을 떠나는 날부터 선박위치 추적을 통해 아들의 항해를 살펴보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중공업 합작품인 20년 나이의 컨테이너 운반선이 1800여 개 컨테이너를 싣고 부산을 떠날 때부터 아버지의 추적은 시작됐다.
부산항을 떠난 배는 한국의 4군데 항을 지나 3월 6일에는 동중국해를 지나고 있었다. 17.8노트, 시속32.96km로 순항 중. 3월 8일에는 홍콩항에 도착했다. 밥도 맛있고 일도 재미있다는 아들의 보이스톡과 함께다. 3월 13일에는 싱가폴항 도착. 3월 16일에는 남반구로 내려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항 도착이다. 남위 6도10분30초 동경 106도 49분 42초라는 데이터도 전송되었다.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 도착한 배는 다시 홍콩을 거쳐 광양에 입항 귀국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의 선박추적은 수시로 계속됐다. 주인공은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김인현 씨. 전문적인 업무상 선박의 이동항로를 특별히 찾아낼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선박자동식별장치 어플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첨단 과학기술이 실생활에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기술은 선박의 위치, 침로,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첨단 장치로 해상에서 선박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국제 해사 기구(IMO)가 추진하는 의무 사항이며, 선박 자동 식별 장치(AIS)가 도입되면 주위의 선박을 인식할 수 없는 경우에도 타선의 존재와 진행 상황 판단이 가능하고, 시계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선명과 침로, 속력까지 식별이 가능해 선박 충돌 방지, 광역 관제, 조난 선박의 수색 및 구조 활동 등 안전 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어플은 배가 항구에서 50km 벗어나 있을 때는 선박을 추적할 수 없다고.
예전 같으면 배로 어디로 떠나면 그 배가 어디쯤 있는지 궁금해서 못 견디겠지만 지금은 항구 근처에만 있으면 이렇게 위치 추적이 가능하니 배 타고 떠난 가족에 대한 궁금증은 최소한 면한 셈이다. 추적 어플을 통해 아들의 실습길을 꾸준히 따라가는 아버지의 스토킹 아닌 스토킹이 은근하면서도 감동적이다. 멀미는 없는지, 풍랑을 만나지는 않았는지, 바닷바람이 차갑지는 않는지···, 뭐라고 말은 하지 않았어도 이 꾸준한 추적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만하다. 새로운 항구에 닿을 때마다 어김없이 추적장치를 통해 아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김인현 씨의 마음이 여러 날 페이스 북에 올린 갭처 사진들에서 진하게 녹아 있다. 그 역시 우리 시대 묵묵한 아버지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셈, 그래서 그의 애정 어린 스토킹이 한결 더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