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경주/ 신라천년....../ 타는 노을// 아지랑이 아른대는/ 머언 길을/ 봄 하루 더딘 날/ 꿈을 따라 가며는// 목월 시 ‘춘일春日’ 싯귀를 읊조리며 봄 하루 더딘 날 꿈을 따라 가면은 닿는 문학관이다. 봄바람에 홀린 나비처럼 등천하는 꽃향기에 혼이 빠져 몸살 앓는 ‘찬란한 슬픔의 봄’이다. 4남 1녀 출산 끝에 얻은 산후병으로 시들다 생을 하직한 어머니! 사춘기 봄날 부고소식을 안고 조퇴해 걸어 나오던 교정의 봄빛이 아프다. 허무(虛無)를 먼저 익혀버렸기에 그 껍질을 벗기 듯 위로 받는 문학, 지문 박힌 운명인 양 쓰지 않고는 못 베기는 영혼의 껍데기 모질다. 사모곡(思母曲) 그리움이 시를 잉태하고 길렀다. ‘동규야 부르면 눈부터 깜박깜박 얘기하지요 동규야 부르면 코부터 발름발름 대답하지요’ 초등교과서에 실려 즐겁게 외웠던 목월의 동시 화자인 장남 박동규는 아버지를 회고한 글에, “아버지 박목월 시인은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가지고 있다. 서럽고 안타까운 삶의 질곡을 거쳐 와도 원망과 저주의 어두움보다는 맑고 밝고 깨끗한 삶의 세계를 가슴에 담고 있었다.......우리가 모두 불을 끄고 잠들 시간 밥상에 노트를 펴고 연필을 깎아 심을 세우고 앉아 계시던 그 숙연한 모습이 무엇을 추구하고 있었던가를 알게 했다”영롱한 무지개로육신肉身을 빚는이슬.이슬 같은 현신現身을.물로써말씀을 빚는대궁이의 꽃송이꽃송이 같은 시詩를. -소곡小曲- 박목월 목월의 향토성 짙은 시세계는 고향의 자연친화적 모태를 품고 있다. 동심의 순수성, 깊은 연민의 가족애로 하여금 자아성찰에 묻어나는 쓸쓸함에 숙연해진다. 짧고 간결한 서정시어들은 여리고 은근해서 가슴으로 외우기 곱다. 고요히 읊조리다 보면 어느새 지친 삶의 굴레를 위안 받는다. 유순해지는 정서로 물들게 된다. 민족 언어의 전통적 시풍을 심어준 목월의 본명은 박영종(朴泳鍾), 1916년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가 본가다.. 1939년 등단해서 1978년 타계하기 까지 심중을 다한 여러 권의 시집과 박목월·조지훈·박두진 청록파시인으로 1946년 3인의 합동시집 청록집(을류문화사)을 남겼다.<나〉는흔들리는 저울대臺시詩는그것을 고누려는 종鍾.겨우 균형均衡이 잡히는 위치位置한가락의 미소微笑.한줌의 위안慰安한줄기의 운률韻律이내 무너진다.하늘끝과 끝을 일렁대는 해와 달.아득한 진폭振幅.생활生活이라는 그것. -시詩- 박목월 1955년 첫 개인시집 『산도화』 영웅출판사·1958년 자작시 해설서인 『보랏빛 소묘』·1959년 시집 『난 기타』 신구문화사·1962년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 여원사·1964년 시집 『청담』 일조각·1968년 『경상도 가랑잎』 민중서관·연작시집 『어머니』 삼중당·1973년 시잡지 『심상(心象)』 창간. 『박목월 자선집』·1976년 시집 『무순』 심중당·1979년 유고 신앙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 영신출판사·1984년 『박목월 시전집』 서문당·1987년 『소금이 빛나는 아침에』 문학사상사·2003년 『박목월 시전집』 민음사.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시』·『밤에 쓴 인생론』 등을 간행하였다. 밤차를 타면/ 아침에 내린다/ 아아 경주역慶州驛./ 이처럼 막막한 지역地域에서/ 하룻밤을 가면/ 그 안존하고 잔잔한/ 영혼의 나라에 이르는 것을./ 천년千年을/ 한가락 미소微笑로 풀어버리고/ 이슬 자욱한 풀밭으로/ 맨발로 다니는/ 그 나라/ 백성百姓, 고향사람들. -사향가思鄕歌- 중에서 고향을 그리워한 선생을 반기며 문학행사에 초대된 목월선생을 뵈었다. 신춘문예를 꿈꾸던 청춘의 독자시절이다. 작고한 시인 이근식, 서영수, 허동인, 김기문, 김종섭 선생, 수필가 권윤식, 황순희 선생 등, 경주문협회원들의 젊고 패기에 찬 열정들이 문학의 열기를 달구던 시절이다. 행사장은 좁은 공간이라 아주 가까이 목월선생이 계셨지만, 천만리 아득한 느낌이었다. ‘얼룩송아지’ 동요를 부르던 때부터 문학은 나에게 경이로운 신앙이었다. 동리목월문학관 뜨락, 자목련 백목련 사태난 자리마다 시(詩) 아닌 것 없는 봄을 황칠해 나가는 햇빛 찬란하다. 목월 시 ‘기계杞溪 장날’ 시극(詩劇)을 소박하고 구성지게 펼치던, 최상문 시인 흰 바지적삼, 백 고무신이 하얀 목련꽃 추임새로 선생을 기린다. 아우 보래이./ 사람 한 평생/ 이러쿵 살아도/ 저러쿵 살아도/ 시쿵둥하구나./ 누군/ 왜, 살아 사는 건가./ 그렁저렁/ 그저 살믄/ 오늘같이 기계杞溪장도 서고./ 허연 산뿌리 타고 내려와/ 아우님도/ 만나잖는가베./ 앙 그렁가 잉/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