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경주를 내륙도시로 알고 있는데 바다와 접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란다. 경주의 자연해안선은 포항 호미곶을 지난 오류해변부터 시작해 약 25km구간인 연동, 오류, 척사, 감포, 전촌, 나정, 가곡, 대본, 봉길, 나아, 양남, 읍천, 하서, 진리, 지경까지인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4년 6월 5일에 발표한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 수로측량과의 통계에 의하면 경주시의 육지부와 도서부 해안선의 총길이는 44.51km이고 자연해안선만 25.53km에 달한다.
경주시청의 조직도를 보면 농림축산해양국 아래 해양수산과는 4번째로 해양수산과 아래에 수산행정, 수산진흥, 연안관리, 해양산업팀으로 구성되어 해양에 대한 경주에서 해양산업에 대한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경주에서 가장 가까운 해안인 감포로 가려면 토함산이 가로 막고 있다. 왕복 2차선 터널이 뚫리고 한수원이 들어와서 국도4호선이 포장되고 추령터널이 뚫렸지만 경주시내에서 감포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다. 오히려 동경주IC에서 남포항으로 가는 게 훨씬 빠르다. 65번 고속도로가 경주와 연결되지 않고 포항이나 울산, 부산으로 빨려 들어가게 생겼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고 번영을 누렸던 것은 바다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나당연합군이 삼국통일의 기반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역사책에도 등장한다. 경덕왕 이후 신라 사람들이 당나라에 신라방을 만들어 거주하고 당, 일본과 해상무역활동을 했다. 당시 신라방은 지금의 산둥성 등주와 장쓰성에 걸쳐 존재 했다.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에는 많은 외국인이 등장한다. 처용은 그 한 예로 그가 아랍 사람이고 신라에 와서 지냈다는 사실을 처용가를 통해 배운다. 모두 해양장악력이 충만하고 해상무역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던 시기의 일이다.
그 정점에 해상왕 장보고가 있다. 장보고는 신라 흥덕왕 3년에 신라 사람들이 해적들에게 노예로 팔리는 참상을 전한 후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적을 소탕하여 더 이상 신라 사람들이 노예로 팔리지 않게 만들었다. 장보고가 해상권을 장악해 해상무역을 독점하면서 신라는 혼란기 마지막 번영을 누리는 듯 보였지만 장보고가 살해되고 청해진이 없어진 후 90년 만에 통일신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서구열강들도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에 바다를 통해 식민지를 개척하고 활발한 해상무역으로 국력을 키웠다. 그러나 바다에서 벌어진 전쟁의 승자가 결정되면서 명암이 엇갈렸고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이 마지막 승리자가 되었다.
바다를 중시하며 발전하는 것은 지방자치 단체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수산업도 과학화되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진화했고 어업가공 기술과 산업도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다. 해운과 수산, 이를 기반으로 한 해양관광 등은 같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현격히 다르다. 그런 만큼 훨씬 다각적인 측면에서 바다를 연구하고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 경주의 정치와 경제 리더들이 해양을 통해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포부와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한 예로 코로나19 사태에서 해운업은 최고의 산업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해운항만은 수출입물동량의 99.7%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해외로 나가는 컨테이너 운반비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해운업은 디지털 항만 관련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디지털을 매개로한 공항과 항만, 국가산업단지를 복합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해양물류업체인 Maersk Line과 글로벌 IT기업인 IBM이 합자해 Tradelens라는 회사를 만들었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항만물류시스템을 결합한 결과다. 이웃한 포항과 울산, 부산도 신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항만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런 한편 2019년 2월 21일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 NEAR 크루즈관광국제 포럼에서 “포항·경주를 가진 경북은 크루즈 산업을 유치할 자원과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 이를 살리기 위해선 집중 투자와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광이 전멸했지만 백신의 보급과 함께 전염병은 조만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다양한 해양산업, 관광산업의 새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바다를 개발해야 미래가 있다. 경주가 바다를 어떻게 이용하고 개발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