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 빼곡히 동서양의 잡다한 장식품과 생활소품들이 들어차 있는 골동품 가게가 진현동에 있습니다. 봄이면 겹벚꽃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불국사 인근 진현동에는 수 년 전부터 작고 예쁜 카페들과 밥집, 체험형공방, 서점, 갤러리형 카페, 복합문화공간 등이 하나씩 생기고 있습니다. 경주 불국사를 찾는 이들에게 회자되면서 알려지고 있는 이 동네는 높다란 기와들이 웅장하게 줄지어 이어져있는 처마들의 다양한 선들이 일품인 동네지요. 이 골동품가게는 이 동네에 잘 어울리면서도 색다른 콘텐츠로 정착하고 있는 듯합니다. 특이한 모양을 한 물건들과 오래된 잡동사니로 넘쳐나는 이곳은 조심해서 움직여야 할 만큼 골동소품들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연대가 ‘좋은’ 우리 고유의 물건들에선 추억이 묻어나고 일본과 중국 등의 생활민속품에선 이국적인 향취가 그득하죠. 호롱등불, 옥스퍼드 자수, 커다란 우체통, 생활도자기, 램프, 스테인드글라스 조명등, 장기판, 무쇠솥, 돌확, 옛 책걸상 등 그야말로 잡동사니 천국입니다. 그것이 고가의 진품이든 중국제 저가의 물건이든 각기 개성만점의 물건들은 제 몸에 맞는 가격을 달고 있어 부담 없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흔히 골동품은 상당한 고가인줄 알고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비해 이곳은 주인의 쾌활한 ‘유혹’탓인지 문턱이 낮은 가게입니다. ‘100만원 가져오면 잘 골라서 한 트럭 사갈 정도’라고나 할까요? 한 번쯤 들러서 하나씩은 ‘건져’갈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누군가는 ‘보물찾기’라는 표현으로 이 가게의 정체성을 대변해 줍니다. 헤집어서 고르면 보물을 찾을 수도 있는 이곳은 비교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 같습니다. 뒤섞여 있을 땐 눈에 띄지 않지만 나에게로 와서는 소중한 보물이 되는 추억의 저장소 같은 곳이죠. 이 동네 주변의 상가들이 하나씩 들어설 즈음, 주인장은 원래 빈 상가였던 이곳에 입점해 이제 3년째지만 단골손님 확보가 만만치 않습니다. 서글서글하게 잘생긴 듯 예쁜 주인은 시원시원하게 물건을 권하고 안목 또한 탁월한 듯합니다. 최근의 트렌드를 잘 일고 바로 생활인테리어에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공급해주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꾸준하게 이어집니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진현동 이 골목에 하나씩 채워져가는 일은 환영할 일입니다. 개성만점의 가게들이 가지는 자생력이 결합되면 그것이 유인력을 지니기 때문이죠. 쉽게 구경할 수 있고 한 번 찾게 되면 다음을 기약하게 되는 이곳에서 봄꽃 한 송이 꽂을 수 있는 작은 화병 하나 ‘건져’가세요. 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그림=김호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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