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현재와그리고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낼 수 있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사람이 온다는 것’의 신비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눈을 떠서 옆자리를 보면 반백의 낯선 여자가 누워 있다. 왠 여자인가? 이 사람이 누구더라? 언제 집을 떠나, 하필이면 이 밤을 골라 내 가족의 방을 찾아왔나? 정신없이 그런 생각을 하며 얼굴을 보는데 서서히 그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뒤섞여 있는 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이 여자를 처음 만났을 땐 아직 이십대 초반의 처녀였는데 이제 힘들게 중년을 넘고 있고 눈 깜짝할 새에 노년을 맞을 것이다. 한때는 아기였고 앳된 소녀였던 그녀는 내 집을 찾아온 손님, 내객이고 방문객인 것이다. 나보다 키가 머리통만큼이나 커진 아들과 한 번씩 말이 잘 안 통한다는 딸도 그렇다. 어디 사람뿐이랴. 화단의 금목서는 언젠가 고성 하일면 김열규 선생님 정원에서 어린 것을 캐다 심었는데 어느덧 중년을 맞은 나무이고, 고양이는 딸의 자취방에서 소리도 잘 내지 못하는 걸 데려다가 두 해를 맞는, 이젠 눈치도 제법 볼 줄 아는 의젓한 아빠 고양이다. 일생이 온 것들. 그런 이력이 있는 그들은 저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들. 나는 그들 자체를 신기해하고 느낄 뿐, 그들을 쉽게 나무랄 수 없다. 방문객은 문자 그대로 ‘어떤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오는 손님’을 말한다. 업무와 일상, 이러저러한 다른 이유로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참 많은 내방객을 맞았을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오는” “어마어마한” 사건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알량한 잣대와 기준으로 그들의 외모와 말, 태도를 평가하고 재단하지는 않았는가? 이익과 손해에 따라 가까이 하고 멀리 한 때는 없었던가? 시인은 사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마음을 ‘환대’라고 말하고, “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의 갈피를 더듬어 볼 수 있는 바람에게서 그 시초를 발견한다. 아, 그 때 우린 왜 그렇게 반응했을까? 왜 나의 감옥에 갇혀 있었건 걸까? ‘사람이 온다는 것’의 신비를 발견하는 나날이었으면 싶다. 나를 찾는 방문객에게, 아니 내가 다른 방문객이 되어, 기원이었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함께 오는 ‘그’를 온 마음으로 환대하는 새해, 새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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