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관광단지 개발 계획에 따라 1963년, 보문동에 3388ha 유역면적의 인공호수인 보문호를 조성했습니다. 농업용저수지를 다기능으로 활용하기 위한 담수 능력을 높이고 농촌지역 소하천의 건천화를 방지하고 수변생태계 복원에 기여하고자 만들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휴식복합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니 경주시민에게는 보물과도 같은 호수입니다. 며칠전 보문호수 둘레길을 걸었는데 겨울철인데도 예년에 비해 제법 수위가 높아 호수의 품이 더욱 넉넉해 보였습니다. 호수를 온전히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8㎞의 보문호반길을 걷는 것은 경주에서 사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다양한 뷰 포인트가 여러 군데 있어 지루하지 않았고 호수 지형 자체의 곡선길을 따라 걷는 묘미는 탁월했습니다. 곳곳의 주변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내뱉다보면 어느새 호반길 도착 지점에 와 있을 것입니다. 2013년 ‘보문호 순환탐방로 걷기대회’때 첫선을 보인 물너울교를 돌아서자마자 팔각형 지붕을 이고 있는 작은 취수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로 몸통을 견고하게 둘러싸고 지붕은 전통 양식의 기와를 사용해 작은 정자 같은 외관을 자랑합니다. 보문호수둘레길을 걸을때마다 마주치는 이 작은 정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일까 궁금했었습니다. 이 취수탑의 보도교 입구 출입문에는 ‘단기 4291, 서기 1958, 한미협조’ 라고 새겨진 동판이 걸려져있어 이채로웠고 호기심을 자아냈었습니다. 한국농촌공사 경주지사에 문의해보았으나 보문 저수지 형성이 한국전쟁 이후 진행된 사업이라 미국의 협조가 일부 지원된 것에서 이 동판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취수탑은 수원(水源)으로부터 취수를 하기 위해 설치한 탑 모양의 구조물로 가운데가 빈 원통형의 건물입니다. 외벽에는 높이에 따라 여러 단의 취수구멍을 두어 적당한 수심으로부터 취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용수심이 큰 저수지 또는 상당한 수심을 유지할 수 있는 하천 등에 설치하고요, 탑의 위에는 취수구멍의 제수(制水)밸브 등을 조작하는 방을 만들고 관리인의 출입을 위한 보도교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곳에서도 농번기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일년중 농번기에는 계속해서 물을 뺀다고 하는군요. 이 취수탑은 역할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보문 호수를 걷는 즐거움 한 가지를 더 보태주는 매력을 지닌 작은 건축물입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