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하모니 볼룸에는 ‘또 다시’ 400여 명의 경주중고 서울동창회(회장 손병기, 이하 동창회) 동문들이 모여들었다.
중8회 이은수 증경회장부터 중 56·고47회 후배 기수까지 무려 48년 차이 나는 동문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동문회가 이처럼 세대를 아우르며 발전할 수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응집력이다.
“제각각 혈혈단신 서울살이를 시작했는데 뜻밖에 대학에서부터 가족 같은 공동체를 만났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얼마나 반갑고 정겹겠습니까?”
동창회에서 직전 사무총장을 지낸 손원호(53) 씨의 말은 이 회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동문회는 학창시절 자부심과 서울살이의 외로움을 동문을 통해 극복하면서 기본적인 결속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동창회가 파악하고 있는 전체 서울동문의 수는 2016년 발간된 명부상 등록 수만 해도 전체 65개 기수, 5000여 명이 거뜬히 넘는다. 연로해 참석이 어려운 동문들을 제외하고라도 최소한 50개 기수 이상이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이 동창회는 상호간 결속력을 바탕으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쉼 없이 거듭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관계나 군경, 기업에 포진한 동문들은 여느 유명대학 동문들의 유대보다 훨씬 끈끈한 연대를 형성하며 동문 간 우의를 나워 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서울 어느 곳에서 모교 교가를 불러도 반드시 달려오는 동문이 있을 만큼 곳곳에 동문들이 널렸습니다. 마치 고향에서 교가를 부르는 기분이 듭니다”
역시 동창회에서 간사장을 지낸 바 있는 손원락(50) 씨의 말이다. 이런 경험들이 동문 누구에게나 공감되기에 그들의 응집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공감대 외에도 이 동창회는 기수별 동기회가 왕성하게 활동함으로써 전체 동창회의 인적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팔순을 맞은 중16고·7회 이정락 씨는 “전체 동기가 63명이고 이들이 한 번씩 모이면 30여 명이 되고 그 중 15명 정도는 매월 함께 등산을 다닐 만큼 친밀하다”며 동창회 송년회에서 공개적으로 자랑했을 정도.
그 이후 기수는 기수가 내려갈수록 인원이 많아졌고 베이비붐 세대를 거쳐 지금의 60대 초반~40대 후반의 기수는 한 기수당 150여 명의 동문들이 수도권에서 살고 있기에 풍부한 양적 바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등산, 당구, 테니스, 바둑, 자전거 같은 취미를 중심으로 한 동호회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바둑 동호회, 골프 동호회는 다른 도시 동창회 동호회와의 공개적인 경기에서 승승장구하며 동창회의 자부심을 높였다. 지역별로도 동북부, 일산, 분당, 인천 등 지역별 동문회가 각각 활황이다. 지역 동문회라고 해도 족히 백 수십 명의 만만치 않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각각 산발적으로 활동하다 전체적인 모임이 정해지면 일거에 몰려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동창회라고 해서 결코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10여 년 전 만해도 젊은 기수들의 개인주의적 경향, 동창회의 노후화 문제 등으로 인해 동창회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26대 이증희(중26·고17) 회장이 6년의 기수를 건너 뛴 것을 계기로 27대 이지태(중31·고22) 회장이 또다시 5기수를 뛰어 넘으면서 젊은 동창회의 기운이 살아날 수 있었다. 28대 이주태(중33고·24회) 회장. 현임 29대 손병기(중35·고26회) 회장은 만50대 연령으로 회장 기수를 낮춤으로써 젊은 세대 간, 상하 간 격차를 좁혔다.
이런 기조 위에 비록 두드러지는 재력가는 없지만 십시일반의 묘미를 살린 동창회 기금 운영도 이 동창회를 반석위에 올려놓았다.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단과 이사진들이 포진하며 동창회 자금줄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것.
덕분에 모교에 야구부 후원 분담금을 매년 4000만원 이상 내면서도 안정적인 동창회 자금을 유지하고 있다.
손병기 회장이 이날 환영사에서 말한 것처럼 요즘 시대 이 동창회처럼 많은 인원이 함께 모여 서로 아끼는 모습은 매우 희귀한 예이며 그래서 이 동창회의 특별함이 돋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