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면 의곡리에는 낡고 오래된 농협 창고 몇 동이 그 시절의 향수를 간직한 채 서 있습니다. 약 45여 년전 건물이라고 하니 산내면민의 농심(農心)과 손길을 얼마나 많이 간직하고 있을까요? 창고의 너른 마당에는 사료 등 짐을 운반하는 차량의 소음이 가득했습니다. 산내면 의곡리에 사는 동네 주민 한 분은 “나락 매상을 대던 창고였습니다. 약 2~3년 전부터는 수매량이 떨어지다보니 대한통운 차량이 바로 싣고 가버립디다”라고 합니다. 이 창고의 역할이 다했음을 이 표현으로 알 수 있는 것이겠죠. 바로 한 달 전인 지난 11월, 산내농협이 건천 서면농협과 함께 신경주농협에 합병됐다고 합니다.  산내 농협을 이용했던 산내면민들은 많이 서운했을테죠. 산내 농협의 쇠락과 함께 농협 창고도 그 기능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농협 마트 물건 중 종이박스 묶음들과 각종 비료나 농약 일체를 보관하고 있는 허드레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창고 벽면에는 ‘협동으로 생산하고 공동으로 판매하자’라는 그 시대의 글귀가 아직 선명했습니다. 바로 앞과 옆에도 큰 건물 2동이 있었는데 건물을 타고 번식했을 초록의 넝쿨 식물들이 이제는 말라 있었습니다. 창고 건물 외벽은 시멘트로 마감하고 초록색 칠이 벗겨지고 바랜 시멘트 골슬레이트의 박공지붕을 이고 있었습니다. 역시 초록색 페인트가 어지간히 얼룩져 벗겨진 거대한 창고 문에는 농협을 상징하는 마크가 그려져 있습니다.  ‘삐거덕’ 초록색 양철 대문을 조심스레 열자 목조 트러스(truss)위에 박공지붕의 높고 시원한 개방감으로 창고 안이 더욱 넓어 보였습니다. 창고의 낡음은 묘한 빈티지스러움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농협 창고는 농산물이나 농민이 필요로 하는 영농자재를 보관하는 창고입니다. 농약이나 비료 등 영농자재를 성수기 이전에 미리 비축하고 이를 적기에 공급해 영농활동의 편의를 도모하는가하면, 농민조합원이 생산·가공한 농산물을 비수기에 저장해 적기에 방출해내는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 창고들은 현대에 지어진 시설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로 보여집니다. 지역민 공동체의 구심적 역할을 했던 기능을 담은 농협창고들을 공동체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낡은 산내농협 본점 건물과 지진피해를 본 창고건물을 헐 예정이라고 합니다. 산내지점을 현대화하고 시골풍의 정겨운 분위기가 돋보이도록 상설 농산물장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참 많은 오래된 것들이 낡았다는 이유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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