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전공 수업에 사용할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영상이 있다. 수업 주제와는 다른 영상이지만 그거야 뭐 다시 찾으면 될 일이고.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는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세상이구나 하고 눈물 찔끔(!) 흘렸다면 요즘 말로 ‘득템’한 거 아닌가 싶다. 옥에 티가 없지는 않다. ‘사회 초년생이 만약 당신에게 넥타이 매는 법을 물어온다면? 하는 설정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 겨울, 단정하게 양복을 갖추어 입고 어디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인지 조바심 나 보이는 젊은이 손에는 넥타이가 들려 있다. 누가 봐도 넥타이를 못 매어서 저러고 있겠구나 싶은, 딱 여기까지가 설정이다. 인위적인 설정을 바로 현실로 만들어버린 것은 머리 허연 어르신의 중저음 목소리였다. “매는 방식이 다들 달라서….” 당신이 적어도 몇 십 년은 족히 메어 왔던 방식인데 요즘 젊은이가 좋아할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전해진다. 추운데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려왔는지 연신 버스 쪽을 바라보면서도 차분히 넥타이를 매어준다. 투박하고 무심한 아버지 같은 마음이 전해졌는지 초년생 얼굴도 차분해진다. 어떤 사람은 아예 자기 목에다 넥타이를 뒤집어쓰고 매듭을 만든 다음 넘겨준다. 단정하게 빗은 머리가 헝클어져도 상관없다.  그저 이 초년생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바라는 표정이다. 넥타이를 매어준 어떤 아주머니는 머리에 뭐 묻었다고 “떼어줘도 될까요?” 초조한 구직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스럽다. 참 고마운 분들이다. 여자들, 아니 엄마들은 더하다. 넥타이를 매는 동안 손이라도 따뜻하라며 들고 있던 커피를 쥐어준다. 설정은 이미 온 데 간 데 없고 따뜻함만 커피처럼 진하다. “우리 아들도 얼마 전에 입사했거든….”하는 모습이 천상 우리네 엄마 같다. 무슨 말인지 알 거다. 왜 엄마들은 틈만 나면, 아니 틈을 만들어가며(!) 자식 자랑들 하시는 바로 그 엄마 말이다. 동영상 속 어머니는 당신 아들 자랑을 한 이유는 ‘이 손으로 내 아들 입사시켰다오. 젊은이도 이 손에 닿았으니 당연히 입사할 거요.’ 하듯 한다. 가장 엄마(!)다운 엄마는 마지막에 등장한다. 남의 아들에게 시작부터가 잔소리다. “근데 내복도 안 입고…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이렇게 나오면 어떡해? 코트라도 하나 걸치고 나와야지~” 엄마들은 세상 모든 남자들의 어머니인가 보다. 급기야는 “아이고 손이 꽝꽝 얼었네, 가만 있어봐(초년생은 이때 눈만 껌뻑 하며 가만히 있었다) 내가 핫팩이 하나 있는데… 응, 나는 하나도 안 추워(당연히 그 초년생은 묻지 않았다. 보통 어머니들은 혼자 묻고 혼자 답할 뿐이다)”하며 기어이 손에다 쥐어준다. 그래도 더 주고 싶은데 줄 게 없어 서운한지 두 손 꼭 잡고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힘들지? 용기 잃지 말고 면접 잘 보고 (호호호) 꼭 좋은 결과 있기를….”한다. 천상 엄마다. 이런 어머니 마음을 불교에서는 천수천안(千手千眼)을 가진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로 극찬한다. 중생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또 해줘도 오히려 부족하다 싶어 미안해하는 그런 엄마 모습 그대로다. 큰 자애로움[大慈]은 그래서 큰 짠한 마음[大悲]과 한 몸이라 했나 보다. 이와 비슷한 면접 영상 하나 더 소개하고 마칠까 한다. 운영책임자를 뽑는 그 영상에서 면접관은 이렇게 요구한다. “업무 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숙이는 등 높은 수준의 체력이 요구됩니다”, “기본적으로 하루 24시간씩 7일간 작업에 매진해야 하고요, 물론 휴식은 없습니다” 점점 얼굴이 굳어진 구직자는 “그거 합법적인 일 맞나요?” 하자 면접관은 “당연하죠. 게다가 충분한 약학 지식부터 재정 능력, 심지어 전문 요리 실력까지 요구됩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는 목숨까지 바쳐야 하는 직업이지만, 지급되는 급여는 없습니다” 구직자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일제히 “세상에 그런 직업이 어디 있어요? 에이 말도 안 돼!” 하는 순간, 면접관이 조용히 말합니다. “엄마라는 직업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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