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에 경주에서 천연기념물 진도개, 삽살개, 경주개 동경이가 함께 자태를 뽐내는 대한민국 국견대회가 개최됐다. 견종별로 대상을 선발하여 국견대회 추진위원장인 경주시장상을 수여했다.
현재 우리나라 토종개 중에서 진돗개, 삽살개, 경주개 동경이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진돗개는 일제 강점기인 1938년에 일본 사람에 의해 조선의 명승고적으로 지정됐고, 1962년에 대한민국 정부의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우리나라 최초로 토종개가 천연기념물 제53호 지정됐다. 그 후 80여 년이 지난 2012년에 경주개 동경이가 천연기념물 제540호 지정됐다.
진돗개는 진돗군의 행정조직인 4개팀으로 구성된 진돗개축산과에서 20명의 공무원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동물병원, 진돗개홍보진흥관, 대운동장, 공연장, 테마파크, 현대식 사육장을 갖추고 수십억원의 운영비가 매년 투자되고 있고,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삽살개는 경산시가 한국삽살개 재단에 “삽살개 육종연구소”를 설립하고, 500여 두를 사육할 수 있는 현대식 사육장과 훈련 시범장, 연구시설, 대운동장 등을 만들고, 매년 10억 정도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개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경주개 동경이의 대접은 사뭇 다르다. 경주는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가 있는 도시이다. 그 많은 문화재 중에 경주개 동경이는 하찮고 때로는 귀찮은 존재가 된 듯하다. 한동안은 이과 저과로 업무가 옮겨 다니다가 자리를 잡은 곳이 현재의 문화재과이다. 수많은 국보급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과에 동경이가 생소하고 관리를 위해 전문성을 지닌 담당자가 없다보니 관심이 뒤로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동경이가 천연기념물이 지정 된지 5년인 작년부터 예산이 책정됐지만 타견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관리인원도, 시설도 너무 열악하다. 겨울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비바람을 막을 수 없는 노천에 경주개 동경이 집이 있다. 수년간 국비를 모으고 시비를 보태어 사육장 신축을 위해 계획하고 있지만 현실이 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올 겨울도 동경이는 한데서 지새워야 할 팔자가 됐다.
경주개 동경이는 경주의 자연환경과 신라인의 품성을 닮아 성격은 부드럽고, 지능이 똑똑하며 사귐은 대단히 친화적이다. 신라인의 기질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또 신라인과 똑같은 환경에서 먹거리를 함께한 동경이는 우리와 생리학적으로도 유사성이 높다. 동경이는 우리 민족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종의 다양성과 다양한 질병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다. 즉, 동경이는 체질적으로 우리 민족과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고, 발병요인도 유사하다.
그러므로 동경이에 대한 질병연구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에서 나타나는 인체 마비성 질환인 루게릭병, 뺑뺑이를 도는 정서 불안증, 혈액암, 골수암, 림프종 등이 사람과 동일한 유전자적인 요인의 질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의 다양한 유전적 난치병 치료가 사람의 질병 모델로 활용 가능하여 신약 및 세포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그래서 토종개를 미래의 생물자원이라 한다. 이제 문화재적 가치를 넘어 토종 생물자원은 바로 돈이 되어 미래의 먹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문화재적 가치와 미래 생물자원의 가치가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보급 문화재가 많다는 이유 때문에 동경이에 대한 관심은 해가 갈수록 사그라지고 있다.
신라 1000년을 산 전설속의 개, 동경이가 겪고 있는 현실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명성만큼의 관심을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진돗개, 삽살개는 지역의 관심을 받아 천연기념물로 자리매김을 했다. 경주개 동경이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인데, 아직까지 옆 집 잡종견보다 대접을 못 받고 있는 듯하다.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