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최근 경주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10월 29일~31일)에서 기존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하겠다고 발표해 향후 주민중심의 지방자치실현을 기대하게 한다.
우리나라 해방이후 지방자치 역사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돼 1952년 지방의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1961년 5월 군사혁명위원회가 지방의회를 해산하면서 중단됐다.
이후 1980년 5공화국 헌법에서 지방의회 구성시기를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고, 1988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 이를 구체화 했다. 그리고 30여년만인 1991년 지방의원선거가 부활된데 이어 1995년 자치단체장선거가 실시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주민들의 자치권에 대한 열망은 높아진 가운데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여러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주민들의 바람을 외면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 행안부가 제시한 지방자치 전부 개정안의 개정 방향은 민주주권 확립을 통해 실질적인 지역민주주의 구현, 자치단체의 자율성 확대, 자치단체 투명성·책임성 확보, 중앙과 지방의 관계를 협력적 동반자의 관계로 전환 등이 골자다. 이는 주민중심의 참여권 확보에 근거한 ‘주민자치’를 강화하고 자치단체에 역할을 주되 책임 자치를 주문하는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이후에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던 지방의 중앙 예속 시스템을 개선해 동등한 위치에서 출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발의할 수 있는 ‘주민조례발의제’ 도입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주민소환주민투표의 청구 요건 등을 완화한 것도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기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 진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실적적인 자치권을 확보하고 국가와 자치단체에 준수의무를 부여하는 것과 법령 재·개정 시 자치권 침해 여부 등을 심사하는 ‘자치분권 영향평가’를 도입한다는 것 또한 자치단체의 위상을 높이는 효과가 될 것으로 보여 진다.
이번 내용 중 자치단체의 견제 기구인 지방의회에 대한 자율성과 역량을 개선하겠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독립적 운영을 위해 요구해왔던 의회사무직원임용권에 대해 시도의회의 경우 의회 의장에게 부여하고, 시도·시군구 지방의원들의 자치입법·예산·감사 심의 등을 위해 ‘정책지원자문인력’ 제도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것도 주목된다. 앞으로 시군구의회도 의회사무직임용권을 부여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보여진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11월 중 입법예고를 하고 정부부처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2월 중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번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 없이도 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향한 실천을 최대한 계속하겠다.
정부는 민선7기 지방자치가 주민 중심의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제2차, 3차 지방이양일괄법도 계속 준비 하겠다”면서 “대한민국의 성장은 지역에서 시작한다. 243개 지방자치단체 하나하나의 성장판이 열려야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 만큼 제대로 된 지방자치법 개정을 기대한다.
지방의 구조적 골격은 지방정부(집행부)와 대의기구인 지방의회, 그리고 주민이다. 무엇보다 지방자치제가 지방에서 뿌리를 튼튼히 내리려면 이들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자치제 부활이후 지방에는 자치단체장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대의기구인 지방의회의 힘은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주민들도 제도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단체장의 권한은 지역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쳐 지방에서의 절대 권력이 되고 있다.
이번 행안부 제시안이 지난 20여년 간 실시된 지방자치제 개혁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현재 처한 지방의 현실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제도적인 발전과 함께 지방의 주축인 주민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야 지방자치제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동안 중앙에 예속될 수밖에 없었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확대 내용이 주민의 자치권을 강화하고 주민주권을 지키는 시스템으로 전면 개정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