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는 양동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정자인 수운정을 살펴보았다. 이번엔 가장 크고 아름다운 심수정을 살펴보자.  심수정은 양동문화센터에서 마을안으로 들어가 양동천을 따라 가다 2번째 다리를 지나 왼편으로 꺾으면 여강 이씨 종가집인 무첨당 가는 길이 나온다. 그 반대편으로 보면 심수정을 만날 수 있다. 마을의 안산인 성주봉 기슭에 자리한 심수정은 마을 안에 있는 10개의 정자가운데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활달함으로 이름 높다.  회재가 과거에 급제한 후에 나랏일에 바빠 맏이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되신 어머니를 제대도 모시지 못해 동생인 농재공 언괄이 대신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회재가 경상도 관찰사로 부임할 때 향단을 지어 동생에게 양도하면서 향단은 동생 언괄의 문중으로 대를 이어 지금도 내려오고 있다.  특히 향단(香壇)이란 이름이 특이하여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이는 농재의 맏손자의 호로 여강 이씨 문중에서 향단파로 대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심수정이 있는 곳에는 회재선생의 아우 이언괄(1494~1553)이 짚으로 지붕을 이은 검소한 모정(茅亭: 모정은 마을주민이 더위를 피하여 쉴 수 있는 마을의 공용 건물로 방이 없이 마루로만 지어진 작은 초가지붕건물을 말한다.)이 있었는데 얼마 후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곳에 회재의 아우 언괄을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1560년(명종15)에 심수정을 지었다. 그 후 300여 년이 지난 1894년, 누마루가 있는 정자가 소실되자 1924년에 춘양목을 사용하여 원래 모습으로 중건하였다. 심수정은 마을의 안산인 성주봉의 낮은 언덕에 터를 잡았다.  여기에서는 건너편 마을경관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인만큼 정면으로 종가인 무첨당과 서쪽으로는 파종가인 향단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만큼 문중의 선조들을 향한 후손들의 마음이 보인다. 특히 저녁, 일몰이 가까우면 석양이 붉게 물든 향단의 풍광은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장관이다. 심수정은 ‘ㄱ’자 모양의 정자와 관리사로 구성되어 있다. 정자는 많은 문중사람들과 지인들을 위하여 가운데에 넓은 마루를 내고 방을 두개나 두었다.  마을을 앞에 두고 방과 함허루(涵虛樓), 그리고 성주봉 쪽으로 2칸짜리 큰 방을 두었다. 대청은 따로이 벽이 없이 판문을 달았는데 전부 외부로 트여 난간만 설치되어 있다. 특히 성주봉에서 내려오는 바람의 손길은 얼마나 시원할꼬... 올여름의 길고긴 더위는 생각조차 무섭다. 대청마루에는 현판이 많다. 이 현판들은 심수정에 담은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심수정기’는 대청 북쪽 벽 왼쪽 첫째 칸 위에 걸려 있다.  내용은 회재의 아우로서 도리를 다했던 언괄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지어졌음을 밝히고 있다. 특히 사심이나 사욕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인 주정(主靜)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治心)을 찾으라는 염원을 담았다. ‘심수정’은 ‘정지일자 심중지수’(精之一字 心中之水)에서 따왔는데 마음을 고요한 물과 같이 가지라는 의미로 마을을 바라보며 걸려 있다.  이양재(二養齋)는 양(養)을 2번 사용했는데 ‘음식을 절제하여 몸을 수양하고 말을 삼가하여 덕을 기른다’는 뜻이다.  ‘함허루(咸虛樓)’는 유약무실 약허범이불교(有若無實 若許犯而不校)에서 따온 말로 ‘꽉 차 있어도 텅 빈 듯하다’는 뜻으로 겸손함을 의미한다.  ‘유능하면서도 무능한 자에게 물어보고(以能問於不能), 많이 알면서도 적게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고(以多問於寡), 있어도 없는 듯이 하고(有若無), 가득차도 텅 빈듯이 하며(實若虛), 남이 내게 덤벼도 상대하지 않는다((犯以不校), 나의 친구가 이랬다(昔者吾友嘗從事於斯矣)’고 말하고 있다. 이는 공자의 10대 제자로 꼽히는 안회(顔回)를 두고 하는 말로 <논어>에 나온다.  삼관헌(三觀軒)은 ‘ㄱ’자 평면의 심수정이 꺾이는 곳에 있는 6칸 규모의 대청마루의 이름이기도 한데 그 의미는 ‘관(觀)’을 세 번 사용했다는 의미다. 언괄은 ‘어진 사람은 그 사랑으로 관찰할 수 있고(仁者可以觀其愛焉), 지혜로운 사람은 그 다스림으로 알 수 있고(智者可以觀其理焉), 굳센 사람은 그 뜻으로 보인다(彊者可以觀其志焉)’고 말하고 있다.  덧붙여 이러한 뜻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정자에 앉아 마루문을 열고 마을을 향하면 회화나무 3그루가 연출하는 풍광으로 이는 위에서 말한 ‘삼관’과 통한다. 특히 맑은 날 저녁 어스름, 함허루에서 서쪽, 향단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 일몰은 감히 말로 할 수 없다. 그대로 무심이면 가능할까!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엔 소나무가 몸을 흔들며 내는 휘파람소리는 길기도 하여라... 내 마음까지도 흔들린다. 어느새 가을이 훌쩍 다가왔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