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은행 강도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역 내 새마을금고 29곳 중 청원경찰 등 보안인력을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상 시 경찰서로 신고 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12곳에 불과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지난 22일 오전 9시 17분경 경주시 안강읍 새마을금고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현금 2400여 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김모(46) 씨가 범행 3시간 30여 분만에 경찰에 검거됐다.김 씨는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금고로 들어가 가지고 있던 흉기를 직원들에게 휘둘렀고, 직원 J(46) 씨와 K(38) 씨가 각각 가슴과 팔을 찔리는 등 2명이 다쳤다. 김 씨는 금고 안에 있는 현금을 검은색 가방에 쓸어 담고 금고를 빠져나간 뒤 약 300m 떨어진 골목길에 미리 세워둔 자동차를 타고 달아났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1분 30초. 당시 금고 내에는 남자 직원 2명, 여자 직원 1명이 있었지만 경비원이나 청원경찰은 없었다.이번 사건을 포함해 불과 4개월 만에 경북에서만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8월 7일 포항시 북구 용흥동 새마을금고에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해 현금 450여 만원을 빼앗아 도주하는 사건이 있었다. 앞서 7월 16일과 6월 5일에도 영주시와 영천시에서도 각각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이 일어났다.강도사건이 발생한 곳의 공통점은 모두 경비원이나 청원경찰이 없고 근무 인원도 적은 소규모 새마을금고였다. 이는 보안이 취약한 소규모 금융기관이 범죄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런 가운데 경찰에 따르면 경주지역 내 영업 중인 새마을금고는 모두 29곳이며, 이번 안강 새마을금고와 같이 직원 3명 이하인 소규모 금고는 15곳으로 나타났다.그러나 경비원이나 청원경찰 등을 채용·배치한 곳은 전무하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일정 금액 이상 자산과 경영등급 등 충족조건을 갖췄을 때만 청원 경찰을 배치하도록 기준을 정해놨지만 그마저도 강행규정은 아니다.인건비 등을 아끼려는 소규모 금고는 보안인력 확충보다 CCTV와 같은 값싼 무인시설을 설치하거나 사설 경비업체를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심 외곽 지점들은 경찰이나 사설경비업체 요원들의 출동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범인들이 도주하기에 쉬워 강도사건 발생 확률이 높다는 것.이 때문에 새마을금고 등 소규모 금융기관도 보안인력 채용을 강제조항으로 변경해 현장 근무자들의 생명과 이용자들의 재산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특히 비상 시 경찰서로 즉각 신고 되는 시스템인 ‘한달음’과 ‘풋SOS’도 설치하지 않은 곳이 절반을 넘는 등 새마을금고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달음’은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으면 경찰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또 한달음의 단점을 보완한 ‘풋SOS’는 스위치를 발로 밟으면 경찰서로 신고가 된다. ‘풋SOS’는 8만8000원이면 설치가 가능하고, 매월 일정의 통신비를 부담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9개 새마을금고 중 1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보안 관련 전문가들은 “경비업법 개정 등을 통해 소규모 금융기관이라도 반드시 제복을 입은 경비인력 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경찰 관계자도 “새마을금고 등 소규모 은행에 경비강화를 권장하고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경비인력을 두지 않거나 신고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며 “도심 외곽 소규모이면서 보안이 취약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유사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만큼 경비인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안강 새마을금고 강도 피의자 구속영장 청구경주경찰서는 24일 경주 안강 새마을금고에 침입해 흉기를 휘둘러 직원을 다치게 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강도상해)로 김모(46)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2일 이날 오전 9시 17분경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금고로 들어가 흉기를 직원들에게 휘두르고 2400여 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김 씨는 이날 낮 12시 47분경 자신의 집에서 수면제 성분이 든 약을 먹고 잠들었다가 범행 3시간 30여 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경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다가 23일 오후 의식이 돌아와 퇴원한 뒤 체포됐다.경찰 조사 결과 화물차 운전기사인 김 씨는 경제적 어려움 탓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경주경찰서 관계자는 “김 씨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며 “일거리가 없어 할부금과 빚으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다 금고를 털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한편 김 씨가 범행당시 휘두른 흉기에 가슴과 팔을 다친 새마을금고 직원 J(46) 씨와 K(38) 씨는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에 있다. 2명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