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안, 파란색 가방을 멘 어린아이가 삼각 김밥 하나에 컵라면을 먹고 있다. 라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이들 특성상 기분 좋게 먹을 것도 같지만 그다지 얼굴이 밝지 않다.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 어린 학생 옆을 지나는 내 마음도 굳어진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소위 ‘혼밥’을 하지만 어린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특히 방학 때가 그렇다고 한다. 한참 먹을 나이라 영양에 신경을 쓴 엄마표 식사를 해야 마땅하겠지만, 빽빽한 학원 스케줄로 끼니를 해결할 시간이 없어 혼밥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이 애들의 식사 시간이라니, 영양보다 공부가 우선인 사회가 과연 정상인지 잘 모르겠다.
오늘날 사회는 점점 고립화·개인화 되어가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고 이혼율도 증가하니 혼자 더 오래 살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식습관으로도 이어진다. 17편의 연구 논문을 메타(meta)분석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가족과 정기적으로 식사를 같이 한 아이들이 비만에 걸릴 위험이 혼밥을 하는 아이들에 비해 12% 정도 낮았다. 그만큼 건강한 음식을 먹을 확률이 25%나 높아졌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엄마의 정성스러운 음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덜 뚱뚱하며 더 건강하다. 아쉽게도 아이들 식사를 챙겨주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는 이런 현실이 가슴 아플 수밖에 없다.
혼자 하는 식사는 당연히 나쁜 식습관으로 이어진다. 혼자 살며 혼자 식사를 하는 남성의 경우 체중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혹 여러분 주변에 과일을 즐기거나 야채를 자주 먹는 남성을 보신 적 있는가?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을 가까이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멀리하니 당연히 비만이나 체중미달일 가능성이 커진다.
외로움도 더 느낀다고 한다. 혼자 먹으니 음식물 쓰레기가 많다. 영국의 경우 혼밥족은 음식쓰레기를 40% 정도 더 버리더란다. 혼자 먹으니 음식이 맛있을 리가 없다. 여러 사람이 같이 먹어야 없던 식욕도 생기는 법이다.
혼밥은 TV나 스마트폰과도 궁합이 맞다. 한 손에 젓가락, 다른 한 손엔 핸드폰을 든 모습이 혼밥족 하면 떠오르는 광경이다. 커플도 마찬가지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둘 중 하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둘 다 그러는 걸 본다. 서로 대화도 없이 본인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으니 ‘혼밥을 함께’ 하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하겠다.
이처럼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음식을 먹으면 평소의 15%를 더 먹는다고 한다. 핸드폰에 주의가 분산되면 음식에 관련해 집중을 못 하게 되어 실제 배가 부르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계속 입에다 집어넣게 된다.
이제 결론을 맺을 차례다. 혼밥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대세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식사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지는 말자. 함께 나누는 식사는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이니까 말이다.
역사적으로 축제는 최소 1만 2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우리 뇌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사람들과 더욱 친밀감을 느끼고, 우리와 다르게 먹는 사람은 낯선 사람으로 규정하도록 진화해 왔다고 한다. 식구(食口)가 곧 가족이다.
그리고 팁 하나. 혹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식당엘 갔는데, 모두 “짜장면~!” 한다고 본인도 어쩔 수 없이 손들 필요는 없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먼저 뭔가를 주문하기를 꺼리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순간이 아주 중요한 이유는, 먼저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뒤에 주문한 사람보다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고 한다. 분위기에 이끌려 손만 든 사람은 ‘차라리 짬뽕을 시킬 걸 그랬나?’ 하는 기분에 사로잡혀 결과적으로 먼저 음식을 선택한 사람보다 음식을 덜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마카다 짜장’ 분위기라도 꼭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시키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