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술 아비의 축문 -박목월 아베요 아베요내 눈이 티눈인 걸아베도 알지러요.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축문이 당한기요눌러눌러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윤사월 보릿고개아베도 알지러요간고등어 한손이믄아베 소원 풀어들이련만저승길 배고플라요.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여보게 만술 아비니 정성이 엄첩다.이승 저승 다 다녀도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망령도 감응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제사, 인간과 신이 감응하는 자리 추석이다. 귀뚜라미 소리가 온 천지를 울리고, 두둥실 떠오른 하늘의 달은 취직을 못해 명절에도 고향에 오지 못하는 못난 자식의 얼굴 같다. 내려오지 못하는 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터인데, 노친네들은 그 생각에 또 잠을 못 이룬다. 늙은 부모가 쓸쓸히 차례를 올릴 것이다. 아마 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이 시의 만술 아비의 마음이 아닐까? 이 시는 1연과 2연의 화자가 다르다. 1연의 화자 만술 아비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내 눈이 티눈인 걸”) 까닭에 아베 앞에 축문 대신 자신의 맘을 눅진한 사투리로 쏟아놓는다. 아직 누대의 지긋한 가난을 못 벗어나 소금에 눌러 담은 밥밖에 제사상에 올릴 수 없는 형편. 망자가 그렇게 좋아하는 간고등어 한손도 없다. 그러나 아베를 생각하는 마음은 지극하기만 하다. 그 모습에 감동한 또 하나의 화자가 말을 받는다. 제3자(아마 이웃어른)다. 그 단서가 되는 구절이 “망령도 감응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이다. 아베는 아들의 정성에 감응하여 돌아가는데, 하늘이 그 정성에 울어(“느껴느껴”) 굵은 눈물(밤이슬)을 쏟아낸다. 그렇다. 제사는 산 자가 죽은 자를 위해 준비하는 정성이다.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 그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고급스런 음식을 준비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은 없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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