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결혼이주 여성이다. 한국으로 시집와 지역에서 지낸 세월은 20여 년이 넘는다.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봉사활동 등도 꾸준히 하며 표창장도 많이 받았다.
A씨에게 경주는 제2의 고향과도 같다. 하지만 최근 A씨는 고향과도 같이 생각했던 경주에 심한 실망과 배신감을 느꼈다. 아들의 결혼식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역에 남다른 애정이 있던 A씨는 지역 향교에서 전통혼례로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한국을, 지역을 사랑했던 A씨는 한국의 전통혼례를 고국의 친인척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각국에서 온 하객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통혼례를 준비하며 향교 측에 불쾌한 감정을 많이 느꼈지만 아들의 결혼식과 외국에서 오는 하객들을 위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결혼식 당일 발생했다. A씨가 식전 공연으로 준비한 한국무용과 국악연주가 공연도중 중지된 것.
A씨에 따르면 식전공연을 허락한적 없다며 결혼식 사회자가 무대장치를 꺼버렸다는 것.
A씨는 “향교 측에서는 사전에 공지가 안 된 공연이라며 일방적으로 공연을 중지시켰다”며 “청첩장에도 식전공연이라고 써져있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몇 번이나 식전공연이 있다고 향교 측에 알렸다. 외국에서 온 하객들도 한국무용을 보며 멋있고 우아하다며 보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사회자가 공연을 중단시키고 고함을 치니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한 번뿐인 아들의 결혼식이 향교 측의 일방적인 횡포로 엉망이 됐다는 것. 이에 A씨는 향교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과만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향교 측은 ‘연습인줄 알았다’는 대답으로 사과를 회피했고, ‘식후 행사를 하는 것이지 식전행사를 어디서 하냐’며 오히려 더 역정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여성이고 한국어가 어눌해서 무시하고 그런 것이라면 제 남편과 친척들은 한국 사람인데 어째서 피해를 봐야 하냐. 난 그저 한국의 전통혼례문화를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사과만 해주길 바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향교 측의 갑질과 이주여성이라 차별받았다는 A씨의 주장과 향교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A씨의 주장과 달리 향교 측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향교 측은 “남의 집 귀한 잔치 날에 우리가 왜 그렇게 하겠냐. 말이 안된다”며 “공연을 중지시킨 부분은 우리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외에 A씨가 주장하는 갑질이라는 것은 한 적이 없다. 그리고 A씨와는 직접 만나 사과했다. 더 이상 어떤 사과를 해달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전통혼례를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을 회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A씨와 향교 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결혼식에 참여했던 A씨의 외국인 하객들이 향교 측에 법적대응까지도 하겠다고 나섰다.
A씨는 “귀한 시간 내어 찾아준 하객들이 공식적으로 향교 측의 사과를 원하며, 그렇지 않는다면 외국에서라도 힘을 모아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다른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사과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A씨는 이번 일로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