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는 붓질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 달래어 왔습니다”
세상을 화폭에 담아내는 스님이 있다. 가을의 문턱,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서라벌 문화회관에서는 해동 고심 스님(안심사 주지) 그림전 ‘먹과 색의 만남’전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 고심스님은 20여 년간 수행의 일부로 그려왔던 문인화와 수채화 작품 6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짙은 먹과 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여러 이유로 마음한켠에만 담아두었던 고심 스님은 2001년 남리 최영조 선생과의 인연으로 문인화에 입문했고, 지금은 박 용 선생에게 수채화를 사사 받으며 수채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수행자의 모습으로 붓을 든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은 번민과 고통으로 다가왔어요. 하지만 이 또한 수행자의 또 다른 모습이라 여겼고, 수없는 붓질을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달래어 왔습니다”
“먹의 농담과 함께 획에서 느껴지는 절제와 조화의 구현은 수행과도 상통한 점이 있어요. 먹을 갈 때 느껴지는 그윽한 향 또한 문인화의 매력 요소 중 일부였죠”
문인화의 짙은 먹에 은은하게 혹은 화려하게 어우러지는 채색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수채화도 병행하게 되었다는 고심스님은 장르는 다르지만 물의 성질을 다양하게 이용한다는 점에서 문인화와 수채화가 많이 닮아 있다고 말한다.
첫 전시를 앞두고 고심스님은 작가가 아닌 먹물 옷을 걸친 걸인이라 그 삶을 녹여내고자 부단히 애썼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보는 이의 가슴에 잠시나마 평온함이 깃들어진다면 부끄러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감춰질 것 같다고.
고심 스님의 수채화 스승인 박 용(한국 수채화협회 경북지회장)선생은 ‘예술로의 출발을 다짐하는 첫 전시는 순수한 몸짓’이라며 고심 스님의 첫 개인전을 축하했다.
격려사를 통해 ‘먹이 갖는 무채색의 중후함과 담묵의 발색은 그 어떤 색보다 풍부한 색 톤이 있다. 그것이 문인화의 정갈함과 일필휘지를 만났을 때 선비의 품격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수채화는 채색이 화려하고 발색 자체가 자극적이다. 문인화가 정적이라면 수채화는 더욱 감각적이며 동적이다. 그것은 서양화에 근거하는 명암법을 색채로 환치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 두 장르를 병행해서 연구한다면 또 다른 문인화와 수채화의 접목이 태동되리라 믿는다’면서 스님의 선택적 시각과 창작 의욕에 박수를 보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3년 후 쯔음, 문인화와 수채화의 경계를 허문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고심 스님.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미술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고심 스님 역시 지역작가로서 현대미술의 흐름과 변화 속에 한 발자국 도약하고 있다.
고심 스님은 경주 출생으로 경주여고, 중앙승가대학, 위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경상북도 미술대전 최우수상 및 우수상 다수, 신라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다수 등의 수상경력이 있으며, 현재 경북미술협회 초대작가, 신라미술대전 초대작가, 남리먹그림회 회원, 다그리고 회원으로 다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예술의 길수행의 길수많은 날들을수없이 반복되는 붓질마냥갈고 닦아서 얻어지는 결정체이다모든 예술이자기와의 싸움에서뼈를 깎는 아픔과 고통에서 비롯되어이루어지듯삶 또한연마를 통해 수많은 인내를감내할 때 기쁨의 선열을느낄 수 있을 것이다.선禪도예술藝術도인생의 체험이며나의 본성인 자아自我를 보는 것이다-작업을 하면서 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