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내면에 깔려있는 인성이 작품에 투영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조심스럽죠” 한국화가 김락현의 세 번째 개인전이 안강 렘트 갤러리(관장 권종민)에서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전통회화와 전통기법으로 표현한 현대작 15점을 선보인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선비화가 공제 윤두서를 동경한다는 김락현 작가는 고교 시절 우연히 접한 그의 자화상에서 강렬한 메시지를 받았다고. “미대입시를 준비하던 시기, 윤두서의 자화상을 우연히 접했어요.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작품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죠. 하지만 곧바로 신비감으로 다가왔어요. 털오라기 하나 하나 섬세한 표현과 굳게 다문 입술, 강렬한 눈빛을 통해 그의 굳은 의지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죠. 그 후로 전통회화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전공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작가에게 윤두서는 멘토 이상의 존재였다. “윤두서는 작품은 물론 그의 인품 또한 출중했었죠. 어떻게 보면 그 부분에서 윤두서라는 화가에 대해 매료된 것일 수도 있어요” 동국대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은 절에 모셔지는 탱화와 불상의 개금, 개채를 주로 했다는 김 작가. “집안사정이 녹록지 않아 학부시절 선생님, 선배님들을 따라 다니며 불사(佛寺)일을 하며 용돈벌이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일이 업이 된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찰에서 수입한 불상·불화의 거래가 잦아지면서 저희 같이 젊은 불화가들이 설 자리가 많이 줄었어요.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중 저희 화실로 찾아오신 고마운 분들이 작품활동에 매진하게 된 계기가 됐죠” 2011년 불화와 불상의 개금, 개체 작업을 하기 위해 화실을 냈었고, 주로 스님과 가까운 지인들만 찾았던 화실에 민화를 배우고 싶다고 한 중년의 여성이 찾아온 것. “제가 윤두서 작품에 매료돼 전통회화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생업에 매여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더군요. 물론 불사일도 정말 보람 있는 작업이에요. 돈도 벌고, 복도 짓는 일이 잖아요(웃음). 하지만 일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사일이 무엇보다 보람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일이 보장되지 않아 불안하기도 했다는 작가는 전통회화를 배우고자 화실을 찾는 사람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잠시 잊고 지낸 윤두서의 자화상을 다시 꺼내 보게 됐다고. “서양화가들의 그림, 요즘 작가들의 그림도 훌륭하지만 저는 우리 선조들의 그림을 보면서 특히 가슴 벅찬 감동을 느껴요. 조선 후기 화가들의 작품전이 열릴 때면 하루가 모자라죠” “간혹 미술계에서 전통회화의 모사작을 저급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감이 있어요. 저는 옛 선인들의 작품을 답습하면서 그들의 기법은 물론 정신을 본받으려 노력해요” 작가는 같은 작품이라도 두 번, 세 번 답습 할 때마다 또 다른 감흥을 얻는다고. 작가는 그동안 전통회화를 고집했던 이유에 대해 “우리 전통회화의 우수성을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느낀 벅찬 감동도 함께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람이 제 작품을 보고 공감하고, 정감이 가는, 또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모든 사람의 염원을 담아서 말이죠”라며 작가의 바람을 밝혔다. 김락현 작가는 1976년 대구출생으로 동국대 불교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경주시 강동면 소재 전통미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문화재기능인협회, (사)한국미술협회, (사)한국민화협회 회원으로 활발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위덕대 평생교육원을 비롯 경주, 부산, 포항 등지에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전통회화 강습을 통해 전통회화의 저변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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