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들은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 떼처럼 줄지어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삼국유사는 신라 전성기(8세기 초) 서라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집의 수가 17만8936호(戶)였고, 1360방(坊)과 77리(里)로 구성되었으며, 부유한 대저택인 금입택(金入宅)이 35개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호당 5명을 잡으면 90만 명에 이른다. 이를 착각한 기록이라 치고 인구수로 보더라도 대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로부터 1000여 년이 지난 조선후기(정조13, 1789) 인구총수(戶口總數)에 따르면 경주의 위세는 그때까지도 대단해서 인구가 7만1956명으로 서울, 평양, 의주, 충주, 전주에 이어 전국 6번째 큰 대도시였다. 2017년 말 경주의 인구는 전국 시·군·구 기초지역 229개(78개시, 69개구, 82개군) 가운데 80위를 차지하여 25만7903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고용동향 브리프> 7월호에 담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를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금년 6월을 기준으로 전국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이 89곳(39%)에 달하며, 이번에 경주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눠 나온 값을 ‘소멸위험지수’로 정의하고 분석한 결과로서 지수가 0.5 미만인 곳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 된다. 경주는 지수가 0.494이다. 보고서는 가임기 여성인구가 고령인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앞으로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지역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가정했다. 이를 인용한 언론은 앞다투어 ‘경주가 사라진다’고 타이틀을 쓰고 있다. 최근 5년간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를 보더라도 경주는 심각한 수준이다.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2013년 1.214, 2014년 1.241, 2015년 1.294, 2016년 1.258, 2017년 1.093로 지난해부터 갑자기 뚝 떨어지고 있다. 지금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 2.1의 절반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경주시는 수년 전부터 출산장려를 위한 다양한 시책을 펴고 있다. 보건소를 중심으로 벚꽃 마라톤대회나 사랑나눔 건강걷기대회 등 크고 작은 행사마다 홍보캠페인을 펼치는가 하면 출산 친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출산장려 문화 확산을 위하여 지역 고교·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출산장려 표어·포스터 공모전을 열고 있다. 하지만 공들인 데 비하여 결과가 따르지 않아 안절부절이다. 또 난임부부 시술비로 최고 2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막내 자녀 기준으로 초등학교 6학년까지 해마다 가족진료비 5만 원을 지원한다. 그리고 첫아이 출산시 기저귀를 선물하고 둘째와 셋째는 각각 10만 원, 20만 원씩 1년간 지원하고 있다. 넷째 자녀는 5년간 매월 2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장려책을 쓰고 있다. 급기야는 경주시, 포항시, 울산광역시가 미혼남녀 만남의 장인 “해오름동맹 커플매칭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울산을 필두로 시작한 ‘해오름 알콩달콩 싱글파티’는 포항, 경주에서도 연이어 이루어진다.  그러나 출산을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청년인구의 유출을 억제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하여는 물리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외에 교육·교통·주거·문화 등 생활양식에서 과감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고용 인프라와 교육 여건의 질적 개선 등에 묘안을 짜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있는 경주가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지역의 젊은이는 고향에 머무르고 타지의 청년들은 앞다투어 제2의 고향으로 삼을 경주를 만들어야 한다. 민선 7기 주낙영 경주시장은 취임사에서 “시민들에게 드린 첫 번째 약속이 바로 경제시장으로, 좋은 일자리 1만개 창출과 함께 제조업 분야의 혁신과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경주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하였다.  ‘역사를 품은 도시, 미래는 담는 경주’라는 새로운 슬로건에 큰 기대를 걸면서 경주가 지속 가능함을 넘어 그 옛 명성을 조금이나마 되찾아 가는 탈바꿈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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