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통유리 창으로 보이는 구두들은 첨단 트렌드를 반영하진 않아도 모두들 ‘작품’ 같습니다. 주인장의 내공이 느껴진달까요? 안강읍 양월5리 안강시장 안으로 10여 미터 즈음에 주인의 성품이 부지런하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단정하지만 세월의 고운 더께가 느껴지는 ‘본 양화점’은 지극히 아날로그적 입니다. 이곳에서 40여 년간 변함없이 구두를 주문받고 제작해 온 터줏대감이 있습니다. 20대 후반이었던 그는 1972년 개업해 47년간 계속 이곳을 지켜온 본 양화점 정행찬(71)사장입니다. 정 사장님이 지금껏 제작해왔던 남녀 구두는 모두 몇 켤레나 될까요?  지금도 수백켤레가 진열대위에서 참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중에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작은 사이즈나 큰 사이즈의 구두도 제작가능하고 원하는 대로 맞춤주문이 가능한 곳, 주인장이 오직 한사람만을 위해 만들어내는 단 하나밖에 없는 신발을 만드는 곳이 바로 수제화 전문점인 거죠. 안강지역 수제화점은 이곳을 중심으로 해서 네 다섯 군데 있었지만 지금은 안강에서 유일하다고 합니다. 평범한 옷차림일지언정 색다른 구두를 신은 이를 만나면 패션 감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발은 액센트이면서 패션을 완성시키는 아이템으로 손색없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모양의 획일적인 기성화들에 비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제화 전문점이 귀할테지만 실상은 점차 그 명맥 잇기가 버거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죠. 이 양화점 주요 고객층은 6~70대라고 하는데요, 가끔 50대도 찾는다고 합니다.  정 사장님은 젊은 층이 좋아하는 구두를 만들고 싶어도 그들이 찾지 않으면 하는 수 없다며 가게를 찾는 고객의 연령에 맞출수 밖에 없는 거라고 했습니다. 건강이 허락할때까지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 사장님.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이 일밖에 없다고 하십니다. 안강읍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양화점이지만 이 가게 주인장을 믿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습니다. “작은 구둣방에서 열심히 일했고 신의를 지켰으므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하지요”라고 겸손해하는 정 사장님은 수리는 명예를 걸고 책임지고 고쳐주는 구두 장인입니다. 작업의 부족함을 절대 손님에게 떠넘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요. 오늘, 당장이라도 예쁜 여성화 한 켤레 맞추러 가야겠습니다. 더 늦어지기 전에요..., 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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