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성건동 형산강 건너편 강변로 부지에서 커다란 항아리 수십 개를 관리한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신라 창고 유적이 발견됐다. 26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서라벌문화재연구원(원장 박재돈)은 지난 4월 16일부터 성건동 500-18번지 일원에 대해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8세기 무렵 건물터 유적 4기와 대형 항아리 50개, 배수로 시설 등이 나왔다고 밝혔다. 조사 지역은 면적 973㎡로 폭 6m, 길이 150m의 길쭉한 형태의 부지다. 이번처럼 대형 항아리가 밀집한 신라 창고 유적은 경주 황룡사터와 전북 남원 실상사 등지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렇지만 성건동 유적은 항아리 개수나 상태 면에서 규모가 크고 학술적 가치가 높고, 인접한 주택으로 조사를 확대하면 더 많은 항아리가 출토될 것이라고 연구원측은 설명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항아리는 조사지역 중앙에서 북쪽으로 약 30m에 걸쳐 총 50기가 확인됐다.항아리 윗부분은 대부분 절반 이상 사라졌으며, 밑 부분만 남은 것도 다수 발견됐으며, 일부 항아리 밑 부분에서는 고임석 등으로 추정되는 돌들이 확인됐다. 차순철 서라벌문화재연구원 조사단장은 “항아리는 대부분 윗부분이 사라졌는데, 지름과 높이가 대략 1m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땅을 약간 파낸 뒤 항아리를 놓고 흙을 다져 고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항아리는 건물 안에 둔 것으로 판단되는데, 일부 항아리는 어깨 부분이 거의 붙어서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차 단장은 또 “항아리가 깨지면 흙을 조금 채운 뒤 새로운 항아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재활용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며 “최대 네 번에 걸쳐 다시 사용한 흔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항아리 안에서는 대부분 토기 조각과 기와가 출토됐으나, 일부 항아리에서는 청동 국자, 청동 자루, 청동 용기 뚜껑과 작은 바가지 두 개 분량의 뭉친 쌀겨가 발견됐다.또 흙으로 빚은 깔때기와 항아리를 덮는 다양한 크기의 뚜껑, 금동 풍탁(風鐸) 끝장식, 안압지에서 나온 유물과 유사한 금동 원형 못머리 장식 등도 출토됐다.특히 항아리에서 발견한 쌀겨는 현재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분석 중인데, 결과가 나오면 당시 식생활에 대한 실마리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측은 밝혔다. 연구원은 또 조사 구역 남쪽 약 200m 지점에 삼랑사지 당간지주(보물 제127호)가 있고, 풍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창고 사용 주체를 불교 사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신라 왕실이 형산강변에 대규모로 조성한 창고였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 단장은 “2010년 한겨레문화재연구원이 이번 조사구역 서쪽을 발굴해 통일신라시대 건물터를 발견했는데, 동쪽에 항아리가 더 많이 남았을 수도 있다”며 “창고 유적의 전모는 추가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