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국비를 투입해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던 경주 양성자가속기 2단계 사업이 전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향후 시민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경주시와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양성자가속기 2단계 사업 추진을 위해 진행되는 절차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련 예산을 정부부처에 신청한 적도 없고, 정부 역시 2단계 사업은 현재로서는 고려조차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양성자가속기 건립이 경주서 본격 착수한 지난 2006년부터 지금까지 2단계 사업이 정부
계획에 반영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을 위한 정부와의 약속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
그런데도 과거 경주시와 시의회 등은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2단계 사업 추진과 관련한 발언들을 내놓아 1단계 사업 완료 후 추진할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켜 비난을 사게 됐다.
특히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 유치에 따른 3대 국책사업 중 하나였던 양성자가속기 사업이 현재까지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2단계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경주시 안일한 믿음 ‘정부 사업 배제(?)’ 정부 사업 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은 2단계 사업을 경주시가 기대하고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는 2005년 방폐장 유치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정부는 양성자가속기 유치기관 선정절차에 대한 공고에 사업수행에 필요한 기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부지는 ‘최소 33만여㎡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건천읍 화천리 일원 부지 44만여㎡를 매입해 양성자가속기 1단계 사업을 완료한 상태다. 그러나 1단계 사업에 필요한 부지는 약 18만㎡로 나머지 부지에 정부가 2단계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경주시의 안일한 믿음이 기대감으로 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좀 더 높아진 기대감은 지난 2011년 정부가 마련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에 양성자가속기 2단계 사업이 포함되면서다.
당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마련한 국가 대형 연구시설 구축지도 상에서 ‘펄스형 파쇄중성자원 및 중성자빔 이용시설’이란 명칭으로 예산 배분 시 우선 고려대상인 A군에 포함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7500억원을 들여 경주에 제2단계 양성자가속기를 건립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했었다. 현재 100MeV(1억전자볼트) 양성자가속기를 1GeV(10억전자볼트)급 초전도 선형 양성자가속기로 확장하는 사업으로 2015년부터 6년에 걸쳐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로 인해 경주시 등은 양성자가속기 2단계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잔뜩 부풀었지만 계획은 말 그대로 계획으로만 그쳤다. 현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이 사업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현재로서는 2단계 사업 추진 가능성 ‘전무’ 사업 추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정부도 가속기 사업의 중복투자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양성자가속기 2단계 사업은 더욱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대전 신동지구에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을 사업비 1조4000억 여원을 투입해 추진 중에 있다. 2021년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어서 그 이전에 경주의 가속기 2단계 사업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성자가속기 2단계 사업 추진은 2021년 이후에나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그것도 추진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위한 논의여서 경주의 가속기 2단계 사업 추진은 당분간 실마리를 찾지 못할 전망이다.-시민들, 약속 어긴 정부에 실망감 커져 이에 따라 시민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방폐장 유치에 따라 지원된 양성자가속기 1단계 사업은 총 사업비 3147억원 중 경주시가 31.2%인 982억원을 부담했다. 이처럼 국책사업으로 유치한 양성자가속기 사업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고, 낮은 일자리 창출, 연관기업 유치 역시 거의 없다보니 실망감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게다가 기대했던 2단계 사업마저 불투명해진 것.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와 경주시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며 추진한 사업이 오히려 재정 부담만 안았고, 경제적 파급효과도 전혀 없어 2단계 사업이 중단될 경우 시민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며 “방폐장 유치 당시 보랏빛 전망을 내놓은 정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주시와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 관계자는 “현재 준공된 1단계 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성과를 거두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성과를 바탕으로 양성자가속기 확장 건설의 당위성을 정부에 설명하고 설득해 2단계 사업이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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