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검정 고무신에 형형색색의 화사한 봄꽃이 피더니 이내 어여쁜 꽃신이 된다.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꽃신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불국동에 있는 ‘꽃신’ 공방카페. 봄꽃 처럼 화사한 인사로 맞는 손유정 대표는 시골이 좋아 서른 살이 갓 넘은 나이에 경주로 와 펜션업을 시작했다. 전원생활이 몸은 고되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손유정 대표.“펜션을 운영할 때 슬리퍼가 많이 분실 되고 비싸기도 해 튼튼하고 오래가는 고무신을 사놓았죠. 그런데 더러워진 고무신을 씻어 놓으면 짝맞추기 힘들었어요.그래서 알아보기 쉽게 신발마다 그림을 그려두었는데 손님들의 보시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펜션에 오시는 손님들께 소일 삼아 가르치던 일이 9년이나 넘게 계속해 오게 됐다. 지진 여파로 펜션업을 정리하고 이곳에 자리잡은지 2개월 남짓이지만 그때의 인연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처음에는 고무신에 그림그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밤새도록 그린 그림이 일어나버려 못쓰게 된 경험도 있었다. 1년동안 착색력이 좋은 물감을 찾아 고민하고 광택제 선택에도 신중을 다했다. 그런 손대표의 노력들이 탄탄한 밑거름이 돼 고무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도 변하지 않을 ‘꽃신’을 만들어 냈다.  -나눔은 다시 되돌아 오는 것 같아 항상 풍요롭다 “우연한 기회에 털고무신에 꽃그림을 그려 감포노인정에 계신 어르신들께 선물로 드린 적이 있어요. 정말 작은 것 하나였는데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 계속 이 일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었죠” 평소 나눔실천을 하고 싶다는 손대표는 기회가 생길 때 마다 재능기부나 고무신기부로 지역에 좋은 기운을 나누고 있다. “전공도 안했고 그림도 안 그렸는데 어떻게 떳떳하게 수업을 하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니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 좋아서 하고 있다고 말해요. 저는 이 공간이 너무 좋아요”그저 나눔이 좋아 마음아픈 이야기에도 웃을 수 있다는 손대표는 이곳에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공방안에는 꽃신 뿐만 아니라 뜨개옷, 향초, 비누 등 다양한 공예품들이 놓여 있다. 모두 이곳에 손재주 많은 손님들이 다녀 간 흔적들이다. “감포에 다문화 가정 주부들에게 6개월 정도 재능기부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분이 계셨는데 유독 열심히 하고 프리마켓에서 판매도 하더니 어느날 국적도 얻고 차도 구입했다며 저를 찾아 왔더라구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것 같아 스스로 칭찬해 줬지요(웃음)” 여성들의 놀이터 ‘꽃신’은..`꽃신`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3시부터 8시까지 운영한다.  혼자 있는 공간이 필요할 때는 시간 구애 없이 언제든지 이용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 늦게까지 운영하는 편이다.꽃신 만들기는 일일체험도 할 수 있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2시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주부다. 그녀도 주부이기에 누구보다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웃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작품작업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공간. 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조용한 힐링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손 대표는 “경주에 솜씨 있는 주부들이 정말 많아요. 하지만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나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죠.이곳이 그런 분들의 감성작업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꽃신이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는 것 같아요. 제가 받은 좋은 기운을 이제는 나누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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