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기이한 이야기가 참 많았다. 그 이야기 중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잔뜩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이 죽음과 관련한 것이었다.
“어느 집에 초상을 당했었어. 염습을 마치고 입관을 하였는데 갑자기 관이 벌떡 일어서서 모두들 기겁을 했었지. 상주가 여러 차례 관을 눕혀도 그때마다 관이 다시 뻣뻣이 서더라니까. 장정 여러 사람이 관과 시름을 해도 안 되더라는 거야. 나중에 알아보니 지붕 위로 고양이가 한 마리 올라가 있었다더군. 그 고양이를 쫓아버리니 그때서야 관을 제대로 눕힐 수 있었다더라” “어느 집에 초상을 치르고 며칠 지났는데 죽은 사람이 집으로 찾아 왔다더군. 모두 귀신이라고 놀라 도망을 갔었지. 귀신이 아니라고 해도 모두 믿지를 않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사람이 살아서 돌아온 거라. 사연인즉 장사지낼 때 평소 고인이 지니고 있던 패물을 같이 묻었는데, 누군가가 그 사실을 알고 패물에 탐을 내어 밤중에 몰래 무덤을 파 헤쳤더래. 그런데 시신이 살아 꿈틀거렸다더군. 무덤을 파던 사람은 기겁을 하고 도망을 가고 묻힌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거지. 실제 그 사람은 죽은 것이 아니었던 거야”
믿거나 말거나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참 많았었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삼국유사』 「감통」편에 있다. 이곳 망덕사 선율(善律)스님은 시주받은 돈으로 『육백반야경(六百般若經)』을 이루고자 했다. 그런데 이 일이 아직 끝나기 전에 갑자기 저승사자에게 잡혀 명부(冥府)로 가게 되었다. “너는 인간 세계에 있을 때에 무슨 일을 했느냐?” 저승 관리의 말에 선율이 대답했다. “소승은 만년에 『마하반야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密經)』을 이루려 하다가 미처 일을 마치지 못하고 왔습니다.”
이에 저승 관리가 말했다. “너의 수명을 적은 명부에 의하면, 네 수명은 비록 끝났지만 좋은 발원을 마치지 못했다니 다시 인간 세상에 돌아가서 귀중한 불전의 일을 끝내도록 하라”
선율스님이 저승 관리의 말을 듣고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한 여자가 울면서 그의 앞에 와서는 절을 하며 말했다.
“나도 역시 남염주(南閻州)*의 신라 사람이온데 부모가 금강사(金剛寺)의 논 1묘(畝, 약 100여 평)를 몰래 빼앗은 일에 연루되어 명부(冥府)에 잡혀 와서 오랫동안 몹시 괴로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제 스님께서 고향으로 돌아가시거든 이 일을 우리 부모에게 알려서 속히 그 논을 돌려주도록 해 주십시오. 또 제가 세상에 있을 때에 참기름을 상 밑에 묻어 두었고, 곱게 짠 베를 이불 틈에 감추어 둔 것이 있습니다. 스님께서 부디 그 기름을 가져다가 불등(佛燈)을 밝히시고, 그 베는 팔아 불경 베끼는 비용으로 써 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시면 황천에서도 또한 은혜를 입어 제 고뇌를 벗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대의 집은 어디 있는가?” “사량부(沙梁部) 구원사(久遠寺) 서남쪽 마을입니다”
선율이 이 말을 듣고 막 가려고 하는 순간 깨어났다. 선율이 죽어 남산 동쪽 기슭에 장사를 지낸지 이미 열흘이 지난 뒤였다. 무덤 속에서 사흘 동안이나 외치고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목동이 이 소리를 듣고 망덕사에 알려 스님들이 와서 무덤을 파고 그를 꺼냈다.
망덕사로 돌아온 선율은 그 여자의 집을 찾아가서 명부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여자가 죽은 지 15년이나 지났는데도 참기름과 베는 예전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선율이 여자가 말한 대로 명복을 빌어 주니 꿈속에 그 여자의 영혼이 찾아와서 말했다.
“스님의 은혜를 입어 저는 이미 고뇌를 벗어났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는 놀라고 감동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후 『반야경(般若經)』을 서로 도와서 완성하였다.
이 사실이 기록되어 있던 책은 일연스님의 생전에 실제로 경주의 승사장(僧史藏) 안에 있었는데, 매년 봄과 가을에 그 책을 펴서 돌려가며 읽어 재앙을 물리쳤다고 한다. 승사장은 불교경전을 보관하던 서고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생사를 넘나든 고승의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달마대사는 자신의 몸을 벗어 놓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와 보니 몸이 없어졌다. 산신령이 대사의 몸을 가져간 것이었다. 달마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기 몸을 주어버리고 대신에 반쯤 썩은 송장의 몸을 취해 돌아왔다. 달마의 얼굴이 찌그러지고 흉측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한다. 또, 경덕왕 때 표훈대덕(表勳大德)은 두 차례나 천제(天帝)를 찾아가 왕의 청탁을 전했다는 기록이 있다.*불교의 우주관에 의하면 우주의 중심에 수미산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에 사주세계(四洲世界)가 있는데 그 중 남염주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으로 남섬부주(南贍部洲)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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