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부족으로 더 이상 성실과 노력만으로는 취업하기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성실과 노력밖에 할 수 없었던 김성민(48) 씨. 그는 전국 1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소일거리부터 아르바이트까지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택시기사가 되기 직전에는 신문배달을 했다. 들리지 않아도 신문을 배달하는 일은 할 수 있었다. 늦은 적 한 번 없이 성실히 신문배달을 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도 그는 운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귀가 잘 들리지 않았던 그에게 운전면허를 따기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었다.
‘언젠가 운전할 수 있는 날이 올거야’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충실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하루하루에 충실히 지내왔던 그는 택시기사 일을 해보고 싶어 했고, 용기를 내어 지역 하나택시의 문을 두드렸다.
“너무나 운전을 해보고 싶었고, 때마침 문의했던 택시회사의 사장님께서 제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했습니다. 그냥 운전을 하는것도 아니고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택시기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이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들이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다행이 성민 씨의 장애정도는 운전면허 시험응시에 요구하는 기준치에 적합했고, 성민 씨는 필기와 실기 모두 한 번에 합격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기에 가능했습니다. 농아인협회부터 복지기관 관계자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없이 진행가능했습니다”
운전면허자격을 취득하고 하고 싶었던 운전을 통해 경제활동까지 하게 된 성민 씨. 탄탄대로 같아보였던 그의 행보에 난관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승객과의 소통이 생각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다. 승객은 목적지를 설명하기가 어려웠고, 성민 씨는 승객의 설명을 제대로 다 파악하지 못했던 것.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의사소통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메모장에 미리 몇 곳의 장소를 기재해놨고 손님과 메모를 주고 받으며 소통했습니다”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민 씨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맡는 영업방법을 찾았다. 그러던 중 성민 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동국대학교 학생들이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들을 위한 ‘고요한 택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모임을 나갔다가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복지기관을 통해 동국대 학생들에게 연락을 했고 장치와 프로그램을 택시에 설치했습니다”
지난 6월 성민 씨의 택시에 전국최초로 ‘고요한 택시’프로그램이 장착됐다. 고요한 택시는 운전석과 승객좌석(후석)에 2개의 태블릿PC를 통해 기사와 승객간의 소통을 가능케 해준다. 음성인식기능을 통해 승객은 기사에게 목적지를 전달할 수 있고, 지불방법까지 현금과 카드를 선택할 수도 있게 됐다.
“고요한 택시 프로그램을 통해 승객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승객 분들도 장애인 택시기사가 운전한다고 해서 불편해하지 않으시고, 축하까지 해주셔서 더 행복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운전면허취득과 택시기사 자격을 취득한 것에 만족하고 승객과의 소통을 소홀히 했다면 성민 씨는 고요한 택시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계속해서 승객과의 소통에 고민했기에 성민 씨와 고요한 택시의 만남은 ‘필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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