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철학자인 이반일리치는 인류를 구원할 세 가지로 도서관과 시와 자전거를 꼽았습니다. 글쎄요. 자전거가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평화는 무엇일까요? 자동차를 타고 바삐 움직일때는 잘 알지 못하는 풍경들을 천천히 감상할 수도 있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날씨를 온몸의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경험을 떠올리시겠죠? 소박하고 자족적인 삶을 은유하는 의미겠습니다. 두 발로 바퀴를 돌려서 타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기기의 대명사가 자전거입니다. 사람의 힘에 의해 스스로 굴러간다고 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자행거(自行車)’라고도 불렀다고 하네요.
기자도 초등학교 다닐 때 수도 없이 넘어지고 다치면서 겨우 안정적으로 페달을 밟았을때의 희열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비교적 방해받지 않고 연습하기 가장 좋은 학교 운동장을 해가 지도록 여러 바퀴 돌면서 자전거 타는 재미에 홀딱 빠졌던 시간이 생각나 슬쩍 웃음 짓기도 합니다. 능숙해지면서 좁은 골목골목을 돌아다닌 추억과 함께 말이죠.
내남사거리를 지나 오릉 가까이에 70년대 골목 어귀에서나 혹은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에서나 등장할법한 간판 아래, 중고 자전거 몇 대가 앞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 가게가 있습니다. 바로 ‘시민자전차 상회(오현환 대표)’입니다. 빛바랜 흰 페인트 칠 위에 또박또박 쓰여진 검은 고딕체 간판 글씨에서는 시류와는 상관없다는듯한 쥔장의 고집을 엿볼수 있습니다. 70년대 해병대 소속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그는 72년 제대 이후 소년시절 자전거방 점원으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가게를 차렸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이곳에서 줄곧 42년간 일해 온 것이죠. 시민의 발이 되어 주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인 ‘시민자전차 상회’는 오 대표와 친구들의 존재 그 자체라고 합니다.
이 가게를 지날때마다 혹여 자전차 상회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부터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곤 안도하곤 하지요. 이 자전차 상회의 자화상이 꽤나 ‘올드’하기는 하지만 이 수상쩍은 ‘오래됨’은 요즘 SNS의 급물살을 타고 알려져 관광객들의 구경거리 가게로도 유명하다고 하네요. 자전거를 예우하는 교통 정서가 도심 깊이 뿌리 내린 유럽이 부럽긴 하지만 경주시도 시가지와 주요관광지를 연결하는 자전거 도로 등 총 200km의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고 하니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건강한 두 다리 힘만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보시죠. ‘시민자전차 상회’가 도와 드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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