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간이 공간과 기차를 기다리는 이를 배려한 샐쭉한 의자가 전부인 간이역 양자동역. 기둥 네 개, 벤치 두 개, 10평 남짓한 공간을 덮어주는 지붕 하나 뿐인 양자동역은 지리적으로 양동마을의 주위 몇 개 마을을 연결하고 그 중심점을 찾으면 양자동역의 위치가 된다고 합니다. 이 역은 경주시 강동면에 있는 기차역으로 동해남부선이지요. 201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양동마을로 진입하다가 만나게 되는 역으로 양동민속마을 입구에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100미터 정도 가면서 목을 길게 빼고 보면 빼꼼하게 보일 듯 말 듯합니다. 노란 침목으로 만든 몇 개의 계단을 오르면 몸을 낮춘 양자동역사가 아련하게 나타난답니다. 의외로 단정한 간이역사는 단촐하기 이를데없고요. 일반적인 역사를 상상했다가는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작고 단단한 양자동 역사는 2007년까지 이곳 주민들의 삶을 돌보았던 저력을 가진 역이었습니다. 양자동역은 코레일(Korail) 대구본부 소속으로 안강역과 부조역 사이에 있는 무인역으로 1967년 9월 1일 영업을 시작해 1987년 4월30일 무배치 간이역으로 격하, 2007년 여객 취급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양자동역에서 양동마을까지는 15~20분 가량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요, 2007년 이후 버스노선의 확충으로 그나마의 간이역으로서의 기능을 잃었다고 합니다. 십 수년 전에는 이 인근에 마을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분명히 역으로써 기능은 잃었는데도 두 개의 벤치에는 간이역에서 흔히 보는 쓸쓸함보다는 윤기 흐르는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듯한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이죠. 사람의 손길이 닿아 길이 잘 난 벤치에는 자잘한 일상의 단상들이 촘촘히 적혀 있어 눈길을 끕니다. ‘보고싶다(2006년 낙서), 나 혼자서(2010년 낙서)..., 만난일을 기념하며...’라고 씌여 있는 글귀들이 정겹고도 아릿합니다. 기자는 이 역을 가끔씩 찾았습니다. 유난히 이 역 주변에 많은 버드나무에 물이 오르고 아지랑이 피는 봄날도 좋고 바람 세찬 한겨울, 포항에서 출발한 RDC 동차(동차란 기관차가 견인하지 않는 객차 자체에 동력을 단 기차)가 무심히 ‘슈웅’ 지나치는 순간을 보고 싶어서였지요. 좋은 사람과 한참을 있다 와도 좋을 듯한 양자동역을 가끔씩이라도 찾을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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