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황성공원을 찾는 철새 후투티가 사진작가들의 근거리 촬영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투티는 한국 중부 이북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흔하지 않은 여름철새다. 구릉이나 야산 나무숲에서 번식하며 때로는 인가의 지붕이나 처마 밑에서도 번식한다. 4∼6월 둥지를 트고, 5∼8개의 알을 낳아 암컷 혼자 16∼19일 동안 품는다. 새끼는 부화한 지 20∼27일 만에 둥지를 떠난다. 후투티는 유라시아대륙과 아프리카대륙 전역에 분포하며, 북부 번식 집단은 열대지방까지 내려가 겨울을 나고 한국에는 아시아 동부의 번식 집단이 찾아온다.몇 년 전부터 여름이 시작될 즈음 경주를 찾아오는 반가운 후투티는 올해도 어김없이 황성공원에서 번식·육추활동을 시작했다. 조류들의 번식·육추활동은 사진작가들에게는 좋은 피사체로 번식활동 사진을 찍기 위해 매년 후투티의 번식철에 맞춰 전국에서 사진가가 경주황성공원을 찾고 있다. 하지만 사진가들의 촬영으로 인해서 조류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기자가 찾은 황성공원에서 많은 사진가들이 후투티 사진을 찍기 위해 자리를 잡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가들은 후투티가 둥지를 튼 나무에서 불과 10여 미터의 거리를 두고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후투티뿐만 아니라 번식·육추활동을 하는 조류들에겐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행동이다. 조류들은 번식활동을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번식활동을 중단하거나 둥지를 옮기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 관계자는 “어떤 조류 종이든 번식·육추활동을 사진촬영 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번식·육추활동 시 촬영을 하지 않는 것은 조류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불문율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만약 꼭 촬영을 하게 될 경우 사람을 위험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져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면서 "조류들은 번식·육추활동을 할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동을 중지하거나 심한 경우 다시 찾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사진가들에게는 번식이나 육추활동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는 것에만 그쳤으면 한다. 간혹 더 멋진 장면을 찍기 위해 먹이를 인위적인 위치에 두고 새의 행동을 조작하거나, 둥지에서 새끼 새를 꺼내는 행위를 한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법적인 제제가 없어 처벌대상이 아니지만 되도록 이런 행위를 자제했으면 한다”고 덧 붙였다. 후투티 촬영을 구경하던 윤모(성건동, 41) 씨는 “산책하는 길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궁금해서 구경을 했다. 멋진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좋은데 조심해서 찍었으면 좋겠다. 만약 내가 가족들과 식사하는 자리에 이렇게 카메라가 많이 있다면 부담스러워서 제대로 식사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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