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장군의 고택으로 알려진 사적 제246호 ‘경주 재매정지’에서 출토된 비늘갑옷(찰갑) 조각이 고증을 거쳐 재현됐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박방룡)은 지난 2013년~2014년 재매정지 발굴조사에 발견된 비늘갑옷 조각을 근거로 재현한 갑옷을 지난달 26일 공개했다.
발굴된 실물자료로는 최초로 확인된 통일신라시대 갑옷이 재현된 것.연구원에 따르면 재현과정에서 출토된 갑옷을 보존처리하고 사진, 엑스레이 및 CT 촬영, 모식도 작업 등을 통해 찰갑의 구조를 정밀하게 확인했다.
또한 신라왕릉의 무인상과 당대 갑옷, 국내 복원 갑옷 등을 근거로 비교분석해 모형과 일러스트를 제작했다. 특히 고고학(갑옷), 불교미술, 복실, 보존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회의를 거쳐 검토와 고증을 통해 비늘갑옷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갑옷 재현에는 통일신라시대 비늘갑옷 형식을 알 수 있는 성덕왕릉, 원성왕릉, 흥덕왕릉의 무인상을 활용했다.
연구원 측은 “신라왕릉 무인상을 통해 갑옷 가장자리를 감싸는 복륜(覆輪)형태를 확인했고, 신체 앞면을 보호하는 흉갑과 등을 보호하는 배갑을 허리띠로 이은 양당개(裲襠鎧)형식의 갑옷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당나라 시대 명광갑이 허리전체를 감싸는 형식이 아닌 것에 착안해 상갑을 재현했고, 호항의 목, 어깨, 상박을 감싸는 형식에 착안해 상박갑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또 삼국시대 갑옷과 조선시대 갑옷 등 국내복원 갑옷자료를 통해 다양한 제작 기법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비늘갑옷은 표면에 3차례 옻칠처리를 한 강철판으로 신갑(身甲)과 상박갑(上膊甲), 상갑(裳甲)으로 구성해 소가죽끈으로 엮어 재현했다.-재매정지서 출토 ‘비늘갑옷 조각’은? 통일신라시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늘갑옷은 유적 정비계획수립을 위해 지난 2013년~2014년 이뤄진 발굴조사에서 토기와 기와, 다른 금속유물 등과 함께 녹슨 덩어리 채로 13호 구덩이에서 출토됐다.
비늘갑옷은 일정한 크기로 재단한 미늘[小札]을 가로 또는 세로로 엮어 만든 것이다. 철갑을 일정한 크기로 자른 후 쇠못으로 연결해 만든 판갑에 비해 무게가 가볍고 유동성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당시 재매정지에서 출토된 비늘 갑옷은 길이 5~10cm, 너비 2~3cm 내외의 철판 700여 매로 이뤄져 있으며 투구와 목가리개 등의 부속구가 동반되지 않은 점을 미뤄 몸통부분에 해당된다. 제작시기는 7~10C 경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갑옷은 삼국시대에 해당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통일신라 시기의 갑옷은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청동갑옷 조각을 제외하면 실물자료로서는 처음 확인된 것으로 사료적 가치가 크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투구 등을 추가로 재현해 통일신라시대의 갑옷 일체를 완성할 계획”이라며 “재현된 갑옷을 학술연구와 전시 및 홍보자료로 활용해 문화적, 학술적 기반을 넓히는 한편, 고대 신라인의 뛰어난 기술을 재확인하고 신라 문화유산의 복원 가치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