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그대로 스프링처럼 만물이 깨어나 ‘튀어오르는’듯한 봄이면 겨울에는 잘 드러나지 않던 지형에서 그 아름다운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곳들이 많습니다. 동국대 가는 길 금장교 아래에 위치한 서천 자연생태습지 숲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 있는 습지는 인공 습지인 반면, 여기는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천연의 습지라고 합니다. 이곳은 서천에서는 아주 보배로운 생태 늪으로 유일하게 서천에 남아있는 습지공간인 것이지요. 수생생태계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이 습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연한 버드나무 새 순에 물이 오르는 봄이면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숲임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낮의 기온이 급속히 올라선지 그 곳 습지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군들이 더욱 신록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웃한 예기청소의 금장대를 찾는 주차장 바로 옆에 있어서 금장대 쪽에서 바라보는 숲은 조선조 풍속화의 한 장면처럼 고색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그곳에서 ‘연두’라는 이름을 나즉히 소리내 불러보았습니다. 연둣빛은 완두콩 빛깔과 같이 연한 초록빛을 뜻한다지요. 어감에서 뿐만 아니라 이곳의 싱그러움을 표현하기엔 더없이 적합한 단어 같았습니다. 도심 한 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이곳에도 사월의 바람이 나즉히 불어와 습지 곳곳에는 날파리들이 몰려다니고 우렁이나 미꾸라지, 가물치 같은 생물들이 뻐꿈거리며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풀쩍’하고 야생숲의 정적을 깨는 생물체가 출현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이 습지의 주인공이지만 그 기척에 흠칫 놀라기도 하죠. 이 습지에서 생장하고 소멸할 생물들의 자유로운 유영만큼이나 습지의 환경은 자연스럽고 자유로워 보입니다. 이곳의 식물군들로는 습지에 잘 자라는 버드나무 종류가 많았는데요. 왕버들, 수양버들, 갯버들 등 버드나무 등이 자생하고 있고 아래 초본 종류로는 물에서 잘 자라는 개구리 밥, 부레옥잠, 생이가래, 검정말, 나삿말, 마름, 부들, 갈대, 줄 등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또한 ‘뱀장어, 붕어, 잉어, 피라미, 모래무지, 미꾸리, 다슬기, 참게, 동남참게 등 다양한 수생 동물이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새로 놓인 데크는 친환경을 표방하는 듯 합니다. 주차장에서부터 가장 자리에 떠 있는 최소한의 데크 설치를 바라왔지만 지나치게 편의를 제공한 것 같아 오히려 마음 한 켠이 불편해졌습니다. ‘내버려두는’ 연습을 아직 많이 해야 할 듯 싶습니다. 자생적으로 어우러져 형성된 습지이므로 인간의 간섭은 최소화시켜야 하지 않았을까요? 이 습지는 천연스러움이 얼마나 큰 평안과 위안을 주는가를 잘 보여주는 미학적으로도 훌륭한 곳이니까요. 번잡해져서 미물처럼 한가로워지고 싶을때, 이 습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가벼워질 듯 합니다. 비릿한 습지 특유의 냄새로 ‘야생’을 만끽할 수 있는 보너스와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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