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와 흩어져 주춧돌 박힌 둘레로 봄 햇살이 환하다. 시샘하던 꽃샘바람을 용케도 견디고 언 몸 해산한 강물도 산 빛도 야무지게 꽃피우려는 계절, 새삼 부추기지 않아도 천년 향기는 새봄의 나래 속에 올곧게 살아나 다시금 붐비는 관광객들 발길로 축제일 경주의 봄, 뜬금없이 여러분을 초대함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옛사람들의 지혜와 혜안으로 빚어낸 고귀한 문화유산을 눈 귀 밝게 소통하며 감흥으로 아우르려는 공감의 몫이 아름답기 때문이리!
즈믄세월 신라의 수도로 찬란한 역사를 움켜쥔 천년고도, 도시 전체가 지붕 없는 노천박물관인 동시에 하늘과 땅의 기운이 왕성해서 심신이 건강해지는 행복감, 흙살 가지런히 둥글게 앉은 주춧돌 틈새로 돋아난 풀잎도 겨울을 딛고 일어선 당당함으로 관람객 맞는 자태가 속절없이 살가운 표정이다.-삼국사기 신라본기 지증왕 4년(503) 기록된 명칭 신라 “덕업일신(德業日新) 망라사방(網羅四方)” ‘덕업이 나날이 새로워져 사방을 모두 덮는다’라는 신라인들의 진취적이면서도 역동적 기상을 국호에서 감지하는 대목이다.
기원전 57년 진한 육부촌, 첫째는 알천의 양산촌 이(李)씨, 둘째는 돌산의 고허촌 최(崔)씨, 셋째는 취산의 진지촌 혹은 간진촌 정(鄭)씨, 넷째는 무산의 대수촌 손(孫)씨, 다섯째는 금산의 가리촌 배(裴)씨, 여섯째는 명활산의 고야촌 설(薛)씨, 육부마을 촌장들이 뜻을 모아서 시조 박혁거세거서간(始祖 朴赫居世居西干) 초대 왕으로 받들고 나라를 세웠으니 사로국 서라벌에서 황금빛 찬란한 역사의 자긍심 신라의 출범이다.
-992년 장엄한 천년세월 탄생한 신라 56명의 왕, 박씨 10왕, 석씨 8왕, 김씨 38왕 거서간(居西干) 〔귀인을 칭하는 말〕 1명, 차차웅(次次雄)〔자충(慈充)이라고도 한다. ‘자충은 방언으로 무당이란 뜻이다.
무당이 귀신을 섬기고 제사를 주관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무당을 두려워하고 존경하다가, 마침내 존경받는 어른을 자충이라 부르게 되었다’〕1명, 니사금(尼師今)〔방언으로 이의 자국, 떡을 깨물어 이빨자국이 많은 사람 추대〕 16명, 마립간(麻立干) 〔말뚝, 연장자 순으로 자리매김〕4명, 왕의 호칭은 23대 법흥왕 때부터 시작이다.
파사이사금 22년(101) 천년 왕국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궁궐 월성은 평면의 지형이 달의 형태로 터를 이루어 반월성(半月城), 신월성(新月城), 왕이 머무는 성이라 재성(在城)으로 일컬었다.
신라 전성기에는 1360방과 55리 바둑판 같은 구획 정리된 행정구역에 17만8936호 (가구 수를 인구 수 견해로 보는 학자도 있음) 왕경인, 그리고 귀족들의 저택인 금입택 35가구가 거주하던 최첨단 도시의 품격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 ‘절들은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은 기러기 떼처럼 줄지어 짚이 아닌 기와로 지붕을 덮고 나무가 아닌 숯으로 밥을 짓고 음악에 맞춰 피리 부는 소리 노랫소리 연이어졌다’고 삼국유사는 전한다.
금빛으로 쪼개져 간지럼 태우는 봄 햇살을 즐기며 가족 친지 연인 등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신라의 왕족인양 거니는 화사한 관광객 틈으로 경주의 봄이 천년 향기로 찬란하다.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에도 유구한 역사가 살아 숨쉬는 세계 속의 문화유산, 옛터를 매만지며 유네스코 유적지 곳곳(석굴암, 불국사, 문학관, 원성왕릉, 감은사지, 분황사, 대릉원, 첨성대, 동궁과 월지*주야간, 향교, 오릉, 포석정, 통일전, 김유신장군묘, 태종무열왕릉, 양동마을, 옥산서원, 국제교류전시관*시내 위치 길 안내 해설 예약 등 다방면 상담문의) 신라천년의 숨결을 불어넣는 천년지기 해설사들이 여러분을 초대하고 기다리는 경주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