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탑재된 스피커, 에어컨, 자동차에서부터 대화하면서 바로 통역이 되는 이어폰에 이르기까지, 온 천지가 인공지능이고 또 그 변종들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냉장고는 그 속에 저장되어 있는 식재료로 어떤 요리가 가능하며, 냉장고에 붙어있는 화면으로 추천 메뉴의 요리 순서까지 친절하게 제시한다.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남자를 타겟으로 한 광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은 인공지능으로 더 밝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뀐다는 메시지는 잘 전달된 듯하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아직 인공지능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이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상품이나 인공지능을 사용한 시스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엄격히 따져볼 때 진정한 의미에서 인공지능 즉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는 아직 미완성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 지능의 원리를 해명하고 그것을 공학적으로 실현하는 인공지능은 아직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해, 우리 인간은 아직 자신의 지능의 작동 원리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 서비스’라는 전 방위적 광고는, 굳이 표현한다면 인간의 지적인 활동의 일면을 ‘흉내’내고 있는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고 해야 옳다. 인공지능이란 방식으로 흉내 내야 할 인간의 덕목 중 하나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 형성이란 본능일 것이다. 인간이 살면서 경험하는 가장 큰 기쁨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새 며느리가 들어오거나 기다리던 새 생명이 탄생할 때 느끼는 경험은 인간에게 매우 강렬하다. 죽음이나 헤어짐 등 가장 강렬한 고통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어느 시대나 문화를 막론하고 인간이 치루는 선 굵은 의례(儀禮)는 죄다 결혼(사람과의 만남)과 죽음(사람과의 이별) 그 사이에 놓여있다. 인간은 왜 이처럼 인간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어쩌면 무리를 지어 사는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정답일지 모른다. 아마 TV에서 아프리카 물소들이 사자들로 우글대는 초원을 수십 만 마리의 동료와 함께 횡단하는 것을 본 적 있을 거다. 뭉쳐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것 또한 생존에 관한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다. 인간도 일방과 타방의 무리 관계 속에서 유의미한 안전을 확보하고 또 받는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포(Cacioppo) 교수팀의 오랜 연구로 밝혀진 사실은, 현대인의 가장 총체적인 사망 요인이 암이나 사고가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일까. 인공지능 탑재의 로봇 공학의 발전 방향도 ‘함께’를 지향하는 인간의 본능을 겨냥하고 있다. 작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었던 세계 최대 IT전시회에서 선보인 신제품으로 어린이의 공부를 도와주는 로봇,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한 놀이용 로봇, 또 어린아이나 치매 노인을 돌보고 공공시설에서 사람 대신 안내와 판매를 맡는 서비스 로봇이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2만대 이상이 팔렸다는 일본 소프트뱅크 사(社) 로봇은 웃고 찌푸리는 등 고객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을 읽어 응대하거나 춤도 춘다고 한다. 카메라와 센서가 달린 소니 사(社) 로봇 강아지는 200만원에 가까운 고가임에도 예약 판매 30분 만에 완전 매진이란다. 인공지능 업데이트를 위해 매달 얼마씩을 내야 하는 수고로움을 무릅쓰고도 말이다. 주인 칭찬에 귀를 쫑긋하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 애정표현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집안 구조와 가족들의 생활 패턴을 파악하는 등 ‘성능’이 향상된다는 그들 주장은 어쩌면 로봇 강아지가 진짜 강아지보다 더 ‘심쿵’할 거라는 소리로 들린다.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을 가족이나 주변이 아니라 건전지로 움직이는 로봇이 지켜주는, 그런 세상이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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