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와 상관없이 담담하게 사는 이가 흔할까요? 건천읍 건천3리 시장 안 깊은 골목, 건천 전통시장 한 켠에는 민속촌에서나 볼법한 ‘건천대장간’이 아주 작고 낮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언플러그드(unplugged)한 삶이자 소박하기 이를데없는 생을 이끌고 있는 건천대장간 유종태(46) 사장은 늘 수줍은 미소를 띄웁니다. 삶을 은유하는 의미를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를 두고 ‘우직하고 한결같음’으로 말하고 싶군요. 유 사장은 천상 대장장이입니다. 뭐든지 뭉툭하고 두툼하지요. 그의 어깨가 그렇고 손이 그렇고 심지어 둥그런 배도 그렇습니다. 손톱에 까맣게 낀 때가 그의 작업량을 말해주는 듯 하고요. 건천 대장간은 부친(유기배, 작고)때부터 65년의 세월을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하는군요. 5년전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때는 ‘풍구’가 돌아가고 ‘불멧둑’ 화덕에선 불꽃이 일렁댔습니다. 유씨가 힘차게 메질할 때 튕겨나오는 불꽃의 파편들에서 우리들 애환도 함께 속시원히 달아나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더랬지요. 하지만 지금은 건천 장날(3일과 8일)에만 대장간 문을 연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대장간에서 좀 떨어진 작업장에서 주로 회를 뜨는 칼을 주문받아 작업에 몰두한다고 합니다. 값싼 중국산 농기구에 밀려 사양 산업이 된지 오래된 대장간 일이지만 건천 대장간은 조금 다릅니다. 일이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작업하는 대장장이가 거의 없어서 ‘밥 먹고 살만해서’ 평생 생업으로 삼겠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한가요? 농기구는 갈수록 주문이 줄어들고 있지만 농기구 외에 부엌칼이나 회 뜨는 칼은 죽도시장이나 동해안 바닷가 쪽의 전문횟집에서의 수요가 만만치 않다고 하는군요. “오시던 단골분들은 많이 돌아가셨습니다” 1970년~80년대는 밤새도록 일을 해도 다 해내지를 못할 정도였답니다. 장날 벌초 대목에는 이 대장간 앞이 ‘둘러꺼졌다’고 합니다. 낫을 50가리씩 포개어 놓아도 금세 동이 났다는군요. 우리 지역에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가게나 일들이 많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수작업으로 고집스레 일하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힘든 운영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들이 많은 가운데 건천대장간의 건승을 기원해봅니다. 작고 허름한 건천대장간...,이 대장간도 언젠가는 사라질까요? 우리의 지혜, 우리의 삶과 추억이 살아있는 도시 속 오래된 가게에 대한 환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유 사장은 큰 욕심부리지 않고 오늘도 우직하고 성실하게 일합니다. ‘우당탕’ 메질 소리 쏟아지는 건천대장간이 전하는 치열하고 정직한 말을 오래도록 위안삼아 들을 수 있기를 이 봄날, 다시 한 번 바라봅니다.그림=김호연 화백글=선애경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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