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조례 중 일부를 개정한 후 지역 간 갈등만 더 커지고 있는 것은 행정과 의회의 무관심, 지역 간 주도권 잡기의 결과로 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
천군동쓰레기 소각장 설치 운영과 함께 구성된 주민지원협의체는 주변 영향지역 내 주민대표와 시의원, 전문가로 전체 13명(주민대표 8명/월성동 5명, 보덕동 3명, 시의원 3명, 전문가 2명)의 위원으로 구성됐으며 임기는 2년이다. 지난 2001년부터 운영되어오던 주민지원협의체가 내홍에 빠진 것은 지난해 경주시의회의 발의로 기존 3명이었던 보덕동 대표를 5명으로 늘리는 위원 수를 개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월성동 일부 주민들은 폐기물처리시설이 설치된 곳에서 영향 지역(2km) 내 인구가 1800여 명에 달하기 때문에 500여 명에 불과한 보덕동보다 3배나 많아 위원 수가 많아야 한다는 논리다. 또 보덕동 일부주민들은 천군매립장에 더 가까워 환경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며 5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팽팽한 신경전으로 인해 지난해 7월 위원들의 임기가 끝났지만 새로운 위원들로 구성된 주민지원협의체를 만들지 못하고 8개월여 동안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문제는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지역 주민들을 대변해야 할 주민지원협의체가 역할을 하지 않아 주변 지역 경로당에 분기별로 지원되던 물품 지원 사업이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처리장을 운영하면서 적립된 기금으로 매달 인근 13개 경로당에 라면, 쌀, 생풀품 등 40만원에 달하는 물품지원을 하지 않아 경로당 어르신들의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또 주민지원기금 운영관리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협의체 사무실 요금, 차량유지비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한 주민감시원 고용과 주민화합 잔치 등의 사업이 모두 중단돼 변칙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두 지역 간 대립은 결국 그동안 적립된 예산 사용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그동안 폐기물처리장을 운영하면서 지역주민에게 쓸 수 있도록 적립된 예산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적립금 가운데 10억 이상을 주민협의체 협의를 거쳐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에 쓰이기도 했다. 이 예산에 대한 사용 권한은 협의체에 달려 있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러한 대립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어르신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지만 조례를 발의한 경주시의회나 조례를 시행하는 경주시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초단체의 운영에 있어 조례는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일만 벌려 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경주시와 경주시의회나, 서로 협의와 이해 없이 대립만 하는 두 지역의 처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