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와 지방도시를 막론하고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 탄력성이 줄어들면서 지역 인구 감소와 공간 잉여현상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인구가 늘지 않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많은 지방도시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경주 또한 예외가 아니다. 클레이 셔키는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에서 ‘밀크쉐이크 오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M사는 밀크쉐이크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고객요구에 대한 조사를 연구자에게 의뢰한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밀크쉐이크를 더 차게하거나, 더 걸쭉하게하거나 아니면 다른 첨가물을 넣거나 하는 제품 자체의 개선에 매달렸다. 하지만 제럴드버스텔은 밀크쉐이크를 구입하는 고객을 관찰한 끝에 아침시간에 자가 운전자들에게서 가장 판매량이 많다는 놀라운 사실에 주목한다. 아침식사의 대용으로 밀크쉐이크를 선택한 것인데 그 이유는 자가 운전자가 햄버거는 운전에 방해가 되고, 감자 칩은 손에 기름이 묻어 출근자에게는 적당하지 않고, 탄산음료나 커피는 뜨겁거나 먹는 시간이 너무 짧아 출근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힘들어 밀크쉐이크가 허기도 달래고 먹기에도 적당해 자가운전자에겐 최선의 선택 이었던 것이었다. 이와 같이 상황과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채 대상 자체에만 빠져 문제를 해결하려는 오류를 지칭하는 말이 ‘밀크쉐이크오류’이다. 경주의 도시재생의 문제도 이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지는 않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전략의 핵심과 문제의 해법은 어떤 대상보다도 그것을 둘러싼 상황과 맥락을 깊숙이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국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기에 비교해 25%이상 인구가 감소한 지역을 축소 도시로 보고 있고, 전국 20개 축소도시중의 하나에 경주시가 있다. 경주시는 인구 급감, 공공시설의 운영적자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구 증가 정책과 도시 재생산업을 통한 도시 규모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곧 있을 지방 선거의 후보군들도 비슷비슷한 각종 인구 증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들이 내놓은 인구유입, 일자리 증가, 교육 정책 등 그 정책들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인구 유입을 위한 좋은 정책을 내놓지 말란 뜻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경주시의 인구가 23만, 20만으로 줄었을 때의 대비나 연구가 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적은 인구에 적은 건물과 토지를 사용하여 작게 성장하는 ‘스마트 쇠퇴’라는 축소도시의 전략이 논의되어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야하기히로시는 ‘도시축소의 시대’에서 어떻게 지혜롭게 쇠퇴하고 작게 성장하느냐에 지방도시의 존폐가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시 축소를 통해 재생에 성공한 미국의 영스타운의 예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스타운은 제철산업의 몰락과 함께 17만 인구가 8만명으로 급감했으나 10만 이상의 도시로 규모를 회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인구에 맞게 도시의 규모를 창조적으로 축소함으로써 재생에 성공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방 도시의 소멸’을 막고자 고향 납세 정책 등을 내놓고 있다. 고향 납세 정책은 특정자치단체에 지속적으로 고향납세를 한 사람에게는 미래의 이주를 위해 상세한 지역 정보 제공과 지역 부동산 취득시 세제상의 우대조치를 해주는 방안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듯 경주시도 소멸이냐 스마트 축소냐 선택해야할 시점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구 30만 시대의 장밋빛 전망에서 벗어나 성과 위주의 행정 중심의 도시 재생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의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낼까를 고민해야할 때이다. 한국보다 앞서 저성장과 지방 침체에 봉착한 외국의 도시들을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정책을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경주는 시간이 쌓여져 만들어진 도시이다. 유현준 교수의 말처럼 경주같은 역사라는 시간이 깊은 도시는 여러 장의 트레이싱페이퍼가 쌓인 것처럼 한 장 한 장을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어느 부분을 지우고 어떤 부분을 살릴 것인지 상호관계를 잘 조절해야한다. 쌓여진 시간에 걸맞게 공간을 재배치하고 적자위주의 잉여 공공시설을 어떻게 축소할 것인지 적정 규모의 설계에 힘을 쏟아야한다. 황리단길, 벚꽃 시즌 등에서 발생하는 수용력을 초과하는 관광객의 유입(오버투어리즘)은 시민들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관광의 질에도 문제가 되므로 적정 수용력에 대한 고민도 같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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