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다 -양애경 뻐꾸기는뻐꾹 뻐꾹 울어서 참 좋아뻐꾹 뻐꾹 울면뻐꾸기인 걸 금방 알게 돼서 좋아까치는 깍 깍 울어서참 좋아까치인 걸 금방 알게 돼서 좋아사랑하는 사람아뻐꾸기같이 말해주렴까치같이 말해주렴내가 당신 이름을 말할게내가 당신 마음에 금세 화답할게도르르 말린 아카시아 꽃잎이 땅 위를 덮고푸르게 뻗어나간 자운영이 피기 시작하는데이름 모르는 새들이 자기들끼리그윽하게 부르고 답하고 지저귀며내게,너 바보지? 라고 묻는 것 같아 혼자 서서 발그레 볼 붉히는5월 하순의 숲 속 -새의 말과 인간의 말봄호에 발표된 시들을 읽다, 유독 이 작품에 눈길이 간다. 시인은 화창한 봄 숲 속에 서 있다. “도르르 말린 아카시아 꽃잎이 땅 위를 덮고/푸르게 뻗어나간 자운영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이면 사랑에 설레지 않는 이 누가 있겠는가. 시인은 그 숲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를 듣는다. 언제 들어도 그 소리는 “뻐꾹 뻐꾹”이고, 그렇게 울면 “뻐꾸기인 걸 금방 알게 돼서 참 좋”다. 마찬가지로 “깍 깍 울”면 “까치인 걸 금방 알게 돼서 좋”다. ‘뻐꾹 뻐꾹’, ‘깍 깍’은 시인의 울음 감별 방식이지만, 새들의 울음은 나아가 새들의 구애방식은 한결같다. 그러나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 인간의 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잔꾀와 계산 때문에 도대체 의중을 파악할 수가 없다. “뻐꾸기 같이, 까치 같이 말해” 주면, “당신 마음에 금세 화답”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좁힐 수 없는 새와 인간의 거리여! “자기들끼리/그윽하게 부르고 답하고 지저귀”는 이름 모르는 새들이 “너 바보지?라고 묻는 것 같아” 시인은 “혼자 발그레 볼 붉히”며 섰다. 연인의 속삭임은 왜 단순하지 않고, 순정적이지 않은가. 그 순정한 목소리를 찾다가 지금에 이른 시인은 아마 속으로 울고 있을 것이다. ------------------------------------------------------------------------------------------------------------ 손진은 시인 약력경북 안강 출생. 198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5 매일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눈먼 새를 다른 세상으로 풀어놓다』, 『고요 이야기』, 저서 『서정주 시의 시간과 미학』외 7권, 1996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경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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