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수원이 월성원전 내 고준위핵폐기물 저장고(맥스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것은 임시방편용이자 땜질식 핵폐기물 관리 수단에 불과하다. 경주 월성원전 내에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폐기물 배출 관련업체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및 사용후핵폐기물이 대부분 저장돼 있어 주변지역 시민들뿐만 아니라 경주시민들도 큰 우려를 하고 있다.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총1만9000드럼 저장용량에 6721드럼이 저장돼 35.37%의 저장률을 보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총 33만다발 저장용량에 현재 30만9480다발이 임시저장고에 저장돼 93.78%의 저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3년 뒤인 2020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에서 사용된 핵 원료는 일정 기간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고와 해수를 활용한 습식 저장조를 거쳐 1차 냉각 후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용기방식)와 맥스터(모듈방식)에 임시 저장된다. 건식저장시설은 콘크리트나 금속 용기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 후 공기 중에 자연 냉각시키는 시설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50년대 중반에는 원전 해체가 불가피한 만큼 앞으로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는 큰 문제로 다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가 임시저장시설을 추가로 건설하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장기적인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방책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전을 가동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리시설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준위핵폐기물이 다량 발생하는 해체원전 처리 또한 큰 과제로 여기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방식에 이미 큰 불신을 갖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지역 간, 민민 간 갈등을 겪으면서 2005년 중·저준위방폐장을 유치한 바 있으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더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을 중·저준위방폐장이 있는 곳에는 두지 않고 2016년까지 반출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약속을 무용지물로 만든 것은 바로 정부였다. 지금 정부는 월성원전에는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없어 추가로 시설을 더 만들겠다고 한다. 장기적인 계획이 아닌 필요에 따라 늘여가는 고준위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언제까지 경주시민이 용납하란 말인가?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추가설치에 대해 “안전성과 주민들의 입장, 여론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것”이란 입장이 전부다. 우리나라에 중·저준위처분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19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하물며 더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시설을 만들려면 얼마나 더 많은 논란과 시간이 걸릴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추진은 탈 원전시대를 앞두고 가장 우선되어야 할 부문이다. 언제까지 위험한 고준위핵폐기물을 노상에 임시저장 할 수는 없지는 않은가? 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임시저장시설을 늘여가는 방법에 앞서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계획을 제대로 수립해 차근차근 진행하길 바란다. 말로만 사회적 공론화, 주민의 입장, 여론 고려하겠다는 식으로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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