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들의 대형 걸개그림이 곳곳에 걸려 있어 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리느라 안쓰러울 정도로 애쓰고 있다.
후보자들은 선거기간 동안 지역주민들 한 명이라도 더 만나려고 분주하게 다니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자리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가 되었다. 유권자들은 그런 일에 익숙해진 탓에 후보자들을 만나도 의례적으로 대하기 일쑤다.
지방선거는 주민들의 요구와 수요를 해결하여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을 선출하는 기회다.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지역 현안문제를 풀어나가는 지역의 대표는 주민들과 평소 친밀도가 높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수 조건이다.
선거철에는 후보자들이 주민을 찾아다니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반대로 주민들이 선출한 대표 만나기를 원하는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당선되고 난 후 주민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현재 지방자치제도가 지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명목적으로는 주민의 대표를 뽑는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권한과 재정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주민과의 소통이 원활해야하는 지방자치제 본질과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거기에다가 후보자 공천이 명분상으로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상향식으로 진행된다고 하지만, 실제는 하향식 형태로 결정되고 있어 주민들의 의견을 등한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과 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제도를 없애자는 논의도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모아진 인물을 뽑자는데 있다. 주민들의 여론을 반영하는데 있어서 지방자치제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방분권이 포함된 헌법을 개정하자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정당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권한과 재정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 주도 아래 추진되는 지역발전에서 지역실정을 반영한 지방주도의 지역발전전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지방분권은 무작정 미루거나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 되고 있다.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화가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에 권한이양과 지방재정 자율성이 확대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르게 된다.
지방의 자율성 확대에 따른 책임성 강화는 지방선거에서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적합한 주민의 대표가 선출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출된 주민의 대표가 자질이 부족할 경우 지방자치단체 부도와 같은 사태를 초래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투운동 영향으로 6·13지방선거에 출마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부적절한 후보자를 걸러내는 기회가 되고 있다. 미투운동이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고 지지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 행태에 대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동안 을의 처지에 있던 후보가 당선된 후에는 갑의 위치로 자리가 바뀌게 된다. 당선된 주민의 대표들을 흔한 말로 시민의 머슴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막강한 권한과 재정을 다루는 갑의 위치에 앉게 된다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방선거는 도덕적 흠결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대변화에 적합한 인물을 선출하는 공론의 장이다. 주민의 대표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상황에서 지방의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정주환경 개선에 의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안목과 자질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미투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도 주민의 대표로 활동하기에 도덕적인 측면에서 부끄럽거나 주민들의 삶의 여건을 개선시킬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아예 출마를 하지 말아야한다.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면서 생계나 권력을 쥐고자하는 목적으로 선출직에 당선되면 본인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