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에서 신라시대 조성된 무덤으로 추정되는 유구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그러나 이곳은 경주시가 최근 상습 가뭄에 대비한 장기가뭄대책의 일환으로 토사준설 공사를 착수한 지역이어서 향후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이곳에 대한 긴급 현황조사 결과 고신라인의 석곽묘 공동묘지가 덕동호 지역에 집중 분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면적 약 1만㎡ 대지에서 진행된 현장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석곽묘와 적석목곽묘 약 100여 기가 확인됐다. 또 노출 과정에서 고분 상부가 유실되면서 굽다리접시 등 5∼6세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토기가 흩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단은 “긴급 수습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며 “향후 수몰이 예상되는 범위에 대한 정밀조사를 토대로 매장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굴여부를 결정하는 문화재청은 지난 7일 현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라무덤 100여 기가 무더기로 발견된 지역이 수몰지역이어서 후속 발굴 여부에 대한 문화재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향후 조사 및 검토 결과에 따라 물을 막고 긴급 발굴조사를 할지, 다시 물에 잠기도록 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근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덕동호를 답사하던 한 문화재해설사가 덕동호 바닥에서 5~6세기 고신라 석곽묘의 흔적을 확인하고 문화재당국에 신고했다.
문화재해설사 이용호 씨는 “지난달 동료 해설사들과 호수 바닥을 답사하다 신라 토기 조각들과 돌무덤 흔적을 확인해 경주시와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발견사실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덕동호는 1975년 건설된 후 연간 3132만㎥의 생활용수를 10만여 명의 주민에게 공급하고 있는 댐으로, 건설 당시 고선사지가 수몰됐고 절터에 있던 삼층석탑은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장기가뭄대책 일환 덕동호 토사준설 어떻게 되나? 덕동호에서 신라시대로 추정되는 석곽묘와 적석목곽묘 약 100여 기가 발견되면서 경주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상습 가뭄이 반복되면서 경주시가 사전대책으로 80만㎥의 토사준설 작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구가 발견된 지역은 1차로 25만㎥의 토사준설을 할 예정지로 지난 3일 진입로 작업에 착수한지 단 하루 만에 문화재청은 공사를 중단시켰다. 경주시 입장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문화재청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앞으로 비가 더 내리면 토사준설 작업이 어려워져 서둘러야 할 형편이다. 경주시는 바닥을 드러낸 덕동호에서 80만㎥의 토사준설을 계획하고 도비와 국비 등 40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며, 경북도는 최근 10억원을 우선 지원했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재청에 신라무덤이 발견된 곳으로부터 경계구역을 최대한 빨리 설정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며 “유구 발견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해 준설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