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길기(1917∼1999)는 경상남도 김해에서 태어났다. 일본에 유학하여 1941년 니혼대학(日本大學) 법과를 졸업했다. 시암(是菴)이란 호는 근대기 서예가 회산(晦山) 박기돈(朴基敦)에게 받았으며, 시암(時菴), 시암(時闇)이란 호를 같이 썼다. 그리고 노년기에는 시옹(是翁) 또는 시옹(時翁)이라는 호를 쓰기도 했다. 동아대 교수, 문교부 예술 과장을 역임하고 1957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추후 동국대학교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였다. 그는 전서(篆書), 예서(隸書), 해서(楷書), 초서(草書)를 비롯해 한글과 전각 등에 폭넓게 연구하였다. 특히 전서는 주대의 「석고문」을 비롯해 진대의 소전과 한 대 허신의 『설문해자』를 거쳐 청대의 오창석(吳昌碩, 1844∼1957)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섭렵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 〈전서대련(篆書對聯)〉은 중국 송나라의 유명한 시인인 육유(陸游)의 시 「題齋壁(제재벽)」중 한 구절이다.門無車馬終年靜 문전에 드나드는 이 없으니 평생토록 고요하고, 坐對琴書百慮淸 앉아서 거문고를 타고 서책을 읽으니 모든 생각이 맑아지네. 辛未孟秋 是翁 신미년 초가을 늙은 시암이 쓰다. (해석 : 석초 최경춘) 전서(篆書)는 획의 기필(起筆)부분이나 획의 방향이 바뀔 때 그 모퉁이를 둥글게 하는 원필법(圓筆法)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상형문자를 기초로 하고 있다. 한 글자의 중심으로 좌우대칭으로 되어 있다. 전시 중인 작품은 전형적인 전서의 아취가 있다. 서예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내용의 깊이에 따라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예술이다. 필체의 아름다움과 내용이 어우러져 인생의 마지막에 달관한 선비, 배길기의 모습이 회상된다.*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대한민예술원 특별전 : 대한민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59인》(2018.02.06.∼2018.03.28.)에서 배길기의 〈전서대련(篆書對聯)〉(1991)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제공=김아림 (재)경주문화재단 예술지원팀 차장,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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